이 총리 국회 국정보고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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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2-19 00:00
입력 1997-02-19 00:00
◎“올 경제여건 심각… 안전기조 정책 운영”/황 망명·대선정국 이용 북 도발 경계를/한보사태 국회 진상규명에 최대 협력

새해들어 나라 안팎의 상황이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가운데 열린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무총리로서 국정에 관한 보고를 드리고자 하니 무겁고도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지난 1년여동안 내각을 이끌고 국정을 수행해 온 국무총리로서 시국이 어려워지고 국민들이 불안과 분노,허탈감에 빠져들게 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능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다.

과거 어느때보다 애국심과 국민의 통합이 필요한 이 시기에 분열과 갈등의 폭이 넓어지고 나라의 장래를 확신하지 못할 만큼 불신이 증폭된 것은 궁극적으로 총리의 책임을 크게 하고 있다.국민과 국회앞에 대단히 송구스런 마음으로 사과를 드린다.

정부는 이번 한보철강 부도사태의 경우 경제적·사회적 파장을 빠른 시일내에 수습하는 것이 국가경제의 건실한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정부는 책임을 회피함이 없이 국회가 한보철강부도사태의 진상을 한 점의혹도 없이 철저히 규명하는데 최대한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모든 전말을 엄정 조사해 문제점을 밝혀내고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모든 관련자에 대해서는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엄벌토록 할 것이다.

정부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차원에서 한보철강의 정상가동과 공장준공을 합리적으로 지원하고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반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지원대책을 강구하겠다.

○국민 분노에 책임 통감

정부는 국민들이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한 허탈감을 느끼고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속히 국가·사회가 안정을 되찾기를 갈망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올바른 변화와 올바른 개혁,합리적 세계화의 추진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히 하는데 국정운영의 목표를 두고 있다.

금년에도 전반적인 대외경제여건이 지난해보다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그러나 정부는 단기적인 대응책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우리 경제의 구조를 개선하며 체질을 강화하는데 모든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올해는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한해이다.최근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망명사건이 보여주듯 북한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증가되어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북한은 내부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휴전선 일대에 공격용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 배치하는 등 군사적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탈북귀순한 이한영씨 피격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며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마음의 자세는 일상적인 차원이 아닌 비상적 경계와 각성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 통제력을 갖지 못한 북한정권이 올해 우리의 대선정국을 이용해 언제 어느 곳에서 직·간접적 도발을 저지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대처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부의 책무이다.우리 군은 한·미간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북한의 어떤 도발에 대해서도 즉각 대처할 수 있는 확고한 군사대비책을 갖추고 있으며 강도높은 대북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안보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모든 국민이 국가안보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갖는 것이 긴요하며 국민정신이라는 무형의 전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정부는 믿고 있다.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망명사건은 북한사회는 물론 우리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던져 주었다.북한 지도층의 핵심세력에 속해 있는 황장엽 비서의 망명은 심각한 경제 파탄 속에서 그동안 북한체제를 지탱해온 사상적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북한정세의 유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의 안보태세를 더욱 굳건히 다지는 가운데 어떠한 변화에도 실질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할 때이다.

정부는 황비서의 귀순이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가는 한편 이번 사건이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도 검토하여 신중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다.

○북 군동향 계속 주시

지난해 9월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대해 북한이 뒤늦게나마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한 바 있지만 군사적 긴장을완화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정부는 앞으로 북한의 태도를 계속 주시하면서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

4자회담의 성사를 위하여 국제적 공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북한이 요구한 공동설명회가 사실상 4자회담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정부는 4자회담이 실현되면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에 대해 우리가 건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대만의 핵폐기물 북한반출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겠다.정부는 주변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만 핵폐기물의 북한 반입이 저지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금년도 우리 외교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이를 위해 무엇보다 한·미·일 3국간의 공조체제를 확고히 하면서 중국 및 러시아와도 긴밀한 협의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정부는 금년도 경제정책의 중점을 물가안정과 경상수지적자 축소에 두고 모든 시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통화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재정수지를 개선하는 등 거시경제운영에 있어서 안정기조를 견지해 나가겠다.부문별로는 생활필수품의 유통혁신을 촉진하며 공공요금의 안정을 도모하는 등 다각적인 물가안정시책을 추진하겠다.

○중기 자동화 2조 지원

금리안정과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난달에 구성된 「금융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수요자입장에서 금융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

임금체계를 생산성과 연계되도록 유도하고 근로자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여 진정한 참여와 협력의 새로운 노사관계가 정착되도록 하겠다.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차관을 허용하고 경부고속철도·인천국제공항·신항만 건설 등의 주요사업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

중소기업의 체질강화를 위해 97년중 자동화·정보화 자금으로 2조원을 배정하는 등 인력·기술과 금융·세제면에서 다각적인 지원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불필요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철폐하고 기업에 대한 각종 기부금·부담금 등 준소세도 정비할 것이다.

공공부문의 생산성 혁신에 주력,일반행정경비를 중심으로 1조885억원을 절감하고 금년중 2천명의 공무원을 감축하는 등 정부가 고통분담에 앞장서겠다.음식물쓰레기 등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일에도 정부는 민간단체와 협조하여 국민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릴수 있도록 하겠다.

정부는 이번 국회에서 개정될 노동관계법의 토대위에서 시행령 개정 등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 새로운 노사관계제도가 조속히 정착되도록 힘쓸 것이다.또한 달라진 「노사협의회」를 실질적인 노사의 참여·협력기구로 정착시키는 등 노사화합에 기반을 둔 신노사문화의 확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공직자 부패척결 계속

최근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정부는 개별기업들 스스로 인력재배치 등 고용안정을 위한 자구 노력을 적극 기울이도록 유도하고 실업예방 및 고용안정지원제도의 보강과 취업알선망의 확충 등을 통해 고용불안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다.아울러 근로자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근로자우대 저축제도를 신설하며 중소기업근로자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등 근로복지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

정부는 금년 제15대 대통령선거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지방의 민선자치단체장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들이 엄정히 선거중립을 지키도록 함은 물론 대선분위기에 편승한 사회전반의 기강해이 현상이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예방하겠다.

아울러 공직자의 복무자세를 확립하고 부정부패를 지속적으로 척결하며 공직자들이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일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정부는 특히 불법시위를 비롯한 각종 사회혼란 책동행위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
1997-02-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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