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실업·경기침체… 독 경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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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4-15 00:00
입력 1996-04-15 00:00
유럽의 모범생인 독일경제가 대량실업과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로 전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더욱이 통일이후 독일 경제규모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세계교역비중이 지난 87년의 12%에서 현재 10%로 축소되어 독일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뮌헨 소재 IFO경제연구소는 최근 독일경제가 3월중에 더욱 악화되었으며 서독내 기업인들 사이에 수출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연방 고용청에 의하면 지난 2월의 실업자수는 4백27만명으로 통일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실업률도 전달의 10.8%에서 11.1%로 상승했다.이같은 현상은 과거 동독지역이 더욱 심해 옛서독지역의 실업률 9.6%의 두배에 달하는 17.5%를 나타냈다.
성장률 지표도 계속 악화되기는 마찬가지다.지난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1.9% 성장하는데 그쳤는데 특히 3·4분기에는 성장률이 0%였으나 4·4분기에는 오히려 0.5%가 하락,올해 들어서도 마이너스 성장이지속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따라 독일정부는 세금감면안을 마련하는 한편 연방은행 역시 금리인하를 추진하는등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동원하고 있으나 침체된 경기는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독일 기업들이 임금이나 제반 비용이 싼 국가들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이를테면 최근 6년간 독일 근로자의 임금은 22% 인상된 반면 미국의 임금은 오히려 10%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BMW사는 지난달 2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현지 조립공장의 시설을 확장하고 현재 1천7백명 인원에 5백명을 추가 고용했다.메르세데스벤츠도 미국에 새로운 스포츠카 공장을,프랑스에는 마이크로콤팩트카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독일 전기산업무역협회의 프란츠요제프 비싱 회장은 독일에서 생산비용이 많이 들고 해외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져 지난 90∼95년 사이에 약 10만개의 전기산업관련 일자리가 독일 밖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베를린 시정부도 올해 53억마르크(미화 37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7천명이 감원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정부는 최근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전통적인 방식대로 사회적 합의의 자리를 마련,노·사·정 공동의 대책을 제안했다.합의의 골자는 사용자가 감원을 피하면서 고용 확충에 노력하는 대신 노조는 임금인상을 동결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임금결정,실업대책등 주요 경제사회 현안은 최근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실업수당등 과다한 사회보장 비용과 고용창출 규모에 대한 노·사간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미국식 자유방임적 시장기능보다는 구성원의 공존체제를 유지하며 유럽경제를 주도하던 「독일적 질서」마저 각 계층의 밥그릇 싸움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윤청석 기자〉
1996-04-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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