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밀조공장 4년만에“재등장”/대규모 히로뽕조직 계기로 본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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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3-22 00:00
입력 1996-03-22 00:00
◎밀조기술자 등 속속 출감… 국내서 직접 제조/총책 한삼수 검거… 옛 거물 활동 재개 조짐

「백색의 공포」히로뽕의 국내 밀조활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지검이 21일 적발한 「히로뽕 밀조단」은 지난 92년 이후 뿌리뽑힌 것으로 알려진 국내 히로뽕 제조공장이 다시 등장했음을 말해준다.인천지검도 지난달 히로뽕 밀조조직을 적발했었다.

그동안 히로뽕 제조기술자들은 중국에 공장을 차리고 완제품을 국내에 밀반입하는 수법을 써왔다.국내의 단속 활동이 워낙 강화된데다 원료구입 등에서 상대적으로 중국의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조직총책 한삼수씨가 국내에서 히로뽕을 만들다 붙잡힌 것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고 검찰은 걱정했다.과거의 「거물」들이 국내 활동을 재개한 신호로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씨는 70년대 최모씨 등 2명과 함께 마약계의 「3대 거두」로 꼽혔다.이들은 히로뽕 사범의 「원조」다.일찌감치 검찰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되다 이번에 꼬리를 잡혔다.

함께 구속된 노병율씨는 히로뽕 업계에서 「교수」로 통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급 제조기술자.제조기술자들은 기술수준에 따라 「총장­교수­전임강사­강사」로 분류되는데,2차대전중 일본 군수화학 공장에서 제조기술을 익힌 「총장」급은 대부분 사망했다.

히로뽕 반제품을 만드는데는 통상 두 달이 걸린다.하지만 노씨는 불과 나흘만에 고순도의 제품을 만드는 「신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특히 히로뽕 밀조과정에 부인과 아들,처남까지 끼워넣는 등 일가족 모두를 「마약사업」에 끌어들였다.

총책 한씨는 일본 폭력조직의 두목과 국내 호텔에서 수억원의 카지노 게임을 즐기는 등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자백했다.검찰은 이에 따라 일본 폭력조직이 마약제조 및 판매 등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수사중이다.

2차대전 당시 일본 군수화학 공장의 노동자들이 주로 사용한 히로뽕은 전후 일본에서 60만명의 중독자를 양산했었다.요즘도 폭력조직들이 세력 확장을 위한 자금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지난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히로뽕사범 51명이 처형당하는 등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히로뽕의 주소비지가 됐다.장기적이고 집중적인 단속이 절실하다.<박은호 기자>
1996-03-2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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