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왜 삽니까」 펴낸 71세 이기옥 할머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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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3-06 00:00
입력 1995-03-06 00:00
◎“자신을 철저히 분해해야 홀로 설수 있어”/남편과 사별후 쓴 일기·편지모아 출간

『남편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늙은이의 넋두리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아직 일구어야할 텃밭이 많은 젊은이들이 삶의 건강한 모습을 그속에서 찾아줬으면 합니다』 올해 71세의 이기옥할머니.전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강석영박사와 90년 사별한뒤 틈틈이 적어둔 일기·편지를 한권의 책으로 엮어내 초봄 서점가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혼자는 왜 혼잡니까」(도서출판 정우사간)­「그리운 사람들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일흔의 할머니가 이런 고운 감성을 가질수 있을까』『부부란 이처럼 아름다운 관계구나』『가족,그리고 삶은 아무리 끈적여도 엮고 사랑할만한 것이구나』 등등…읽는이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준다.

「누구누구의 아내」로 편히 지내다 한겨울 냉기처럼 급작스레 다가온 「홀로서기」.모든것이 허망하게 느껴져 지난 일기를 태우다 『철저히 나를 밑바닥까지 분해해야 홀로설 수 있겠다』고 판단,남편의 간병기간에 중단했던 일기를 쓰며 용기를 얻어 낸 책이다.

마당에 핀 할미꽃 한송이에서 애틋한 가족사를 찾고,어스름 새벽녘 기운에서 삶의 애착을 느끼는 모습을 편지·일기글에 그려놓은 이할머니.

『제 글을 통해 노인을 소홀히 한다든가 「늙은이들은 이렇겠지」하는 젊은이들의 그릇된 관념을 수정해주었으며 해요』 5㎝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구둣소리 내며 경쾌하게 걸어보고 연극과 음악회를 항상 가까이 하며 디스코청바지에 셔츠차림으로 지내는 신세대패션파인 그는 14년째 해온 조각보잇기와 「퀼트」솜씨가 개인 전시회를 열어도 될 만큼 수준급이다.KBS라디오와 평화방송에서 「이기옥 5분칼럼」「황혼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코너를 맡고 있으며 「노년을 멋지게」「아름답게 늙는 지혜」등의 책과 역서를 갖고 있는 할머니는 방송원고를 묶어 책을 낼 예정으로 있어 노년의 풍요가 넘쳐보인다.<김수정 기자>
1995-03-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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