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최병렬시장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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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2-03 00:00
입력 1994-12-03 00:00
◎“다리·지하철「안심 통행」에 최선 다할터”/교량점검 결과 내주 모두 공개/완벽하지 않은 공사 인수 안해/“세금비리 연루됐다면 내부하 아니다”/민선시장은 「경영마인드」 가진 행정형이 바람직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우리나라 시설물 안전관리에 큰 경종을 울리는 역사적인 계기가 됐다.이 사고로 서울시는 또 한번 상처를 입었다.서울시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분노도 증폭됐다.이런 어수선한 와중에 지난달 3일 최병렬시장 체제가 닻을 올렸다.언론계 출신으로 문공부·공보처·노동부장관을 두루 거친 뒤 민자당 전국구 의원으로 활동하던 그에게 시장직은 분명 변신이었다.그만큼 세간의 관심도 컸다.「최틀러」라는 별명이 시사하듯 그의 강경한 이미지가 낯설기만한 시정업무와 무리없이 접목될 수 잇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다.그러나 최시장은 취임 한달동안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직원들에게 일할 분위기를 만드는데 특유의 통솔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시찰 및 시설물 안전대책을 마련하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쁜 최시장을집무실에서 만났다.

­취임 한달을 맞으셨습니다.밖에서 본 서울시 행정과 시장이 되고 나서의 느낀 소감은 어떻습니까.

『이 방(시장실)에 올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전차에 받친 기분입니다.제가 시장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사실 밖에서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막상 와보니까 국방부 빼고는 모든 중앙정부 기능이 다 있더군요.너무 복잡해서 하부직원들의 업무까지 일일이 파악하기는 불가능합니다.그러나 간부들을 접촉해본 결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행정업무 전권 위임

­취임식에서 「접시론」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현재 시공무원들이 접시를 제대로 닦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열심히 움직이고 성실히 접시를 닦고 있는 것같습니다』

­재직기간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자 하는 분야는 어떤 것입니까.

『서울시가 갖고 있는 능력을 총동원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다리를 건너고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하는데 전력을 쏟겠습니다.안전문제를 다루고 여력이 있으면 교통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까합니다.저도 시민으로서 살면서 교통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밤낮으로 해왔습니다.다른 행정 업무는 현실적으로 모두 파악할 수 없으므로 국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그들이 잘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역할에 그치겠습니다』

­내년 6월이면 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됩니다.바람직한 민선시장상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미국과 같은 주지사(정치인)성격으로 가느냐,아니면 일본과 같은 민선단체의 장(행정형)성격으로 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우리나라처럼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는 누가 경영마인드를 더 갖고 있느냐,누가 복지 및 서비스행정을 펼쳐나갈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인기나 재선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정치적인 자리가 된다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우리 민선시장은 미국보다는 일본과 같은 스타일로 가야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시장출마 의향 없어

­최근 경영마인드를 자주 강조하시는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서울의 인구가 1천1백만이고 한해 예산이 7조∼8조원입니다.게다가 공무원이 산하 공사까지 합치면 7만3천여명에 이릅니다.이런 대규모 조직을 경영마인드 없이 운영하면 낭비와 비효율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국제화·세계화시대에 외국의 선진 도시들과 경쟁할 수 없고 그 불이익은 고스란히 서울 시민들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현장행정으로 시민들의 불안을 많이 덜어주셨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한강다리는 안전한 겁니까.

『지난달말까지 전 교량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가 나왔습니다.다음주초 이 결과를 시민들에게 낱낱히 공개할 예정입니다.지금까지 점검한 내용만 갖고 볼때 당장 무너지거나 주저앉을 다리는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그러나 동시에 서둘러 보수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입니다.현장에 가서 부실한 다리 모습을 보고나니 왜 공사를 이 지경으로 했나,하는 처량한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제 임기중에는 완벽하지 않은 공사는 인수하지 않겠습니다.모두 부수고 다시 짓도록 하겠습니다』

○교통혼란 이해 바라

­다리의 보수대책 및 그에 따른 교통대책은 마련됐습니까.

『다리마다 구조와 하자정도가 달라 보수계획도 다리별로 다르게 마련되고 있습니다.교량별로 일정을 잡아 전면 보수를 할 계획입니다.이에 따라 교통통행을 통제할 때 상당한 혼란이 예상돼 대책을 마련,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중입니다.안전을 위한 것이니만큼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철저히 해나가겠습니다』

­민선시장으로 출마할 의향은 있으신지요.

『(손을 내저으며)분명히 말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저는 표나 인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최근 세무비리와 관련,서울시의 실태를 보고받으셨는지요.

『워낙 직원이 많다보니 일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특히 전산화 이전 단계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그러나 영수증 조작 등 구조적 비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강력한 어조로)아무튼 세금비리는 공무원범죄중 가장 못된 범죄입니다.발각 즉시 고발하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했습니다.아무리 아끼던 사람도 비리에 연루되면 이미 내 부하가 아닙니다』

­인사는 언제 어떤 원칙으로 하실 계획입니까.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초로 잡고 있습니다.제가 사람을 잘 몰라서 부시장·국장 선에서 소폭으로 할 생각입이다.취임초 나한테는 절대로 인사청탁이 안통한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들어온 인사 청탁이 믿기 어렵겠지만 한 건도 없습니다』

○공무원들 감싸줘야

­시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시 직원들이 부패한 집단이다,복지부동이다,국제화의 걸림돌이다는 등의 부정적인 말을 듣고 있는 것은 모두 스스로의 책임입니다.뼈아픈 자성과 함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열심히 일하면 시민들도 알아줄 것입니다.시민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습니다.공무원들이 잘못하면 비판하고 지적해야겠지만 동시에 감싸안아주는 맛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틀러라는 별명처럼 실제로 강성입니까.

『업무적인 측면에서 밀어붙이는 성격이 있어서 그런 얘기들이 나온 것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부드러운 사람입니다.자 보세요.제가 얼마나 부드럽습니까』(그러면서 최시장은 허허 웃었다)<김인극기자>
1994-12-0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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