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놔준뒤 영장신청/이기철 전국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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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4-28 00:00
입력 1994-04-28 00:00
경찰의 근무기강이 해이해졌나,법집행에 구멍이 생겼는가.

부산동부경찰서는 최근 며칠째 새희망정신요양원의 원생 폭행치사및 불법감금등을 수사하면서 원장 이혜옥씨(72·여)가 일본으로 출국한뒤 구속영장을 신청해 물의를 빚고 있다.더욱이 이씨는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의 피의자인데다 집행유예기간중이었던 사실이 밝혀져 더욱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징역2년·집행유예3년의 선고를 받은 적이 있어 이번에 수사망을 벗어나지 못하면 가중처벌된다는 점을 알고 다급히 피신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원장 이씨를 불러 조사한 경찰은 다음날인 26일 새벽1시쯤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다.72살의 나이 많은 할머니인데다 두통등으로 2∼3주의 안정을 필요로 한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고 조사를 성실히 받아 도주의 가능성을 전혀 점치지 못했다는 것이 귀가시킨 이유다.경찰은 그가 이날 상오10시까지 출두한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구속영장의 집행을 위해 경찰 보호실에 감금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그를 풀어 주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까지 그는 경찰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의 집으로 형사대를 급파했으나 이미 잠적한 뒤였고 수소문한 결과 이날 하오5시쯤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씨는 이날 상오11시40분 김해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로 떠난 대한항공편으로 유유히 출국했다.고령이라는 점과 병원진단서를 이용해 경찰의 수사허점을 비웃기라도 한듯 교묘히 잠적했다.특히 경찰은 이씨가 도주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병확보도 안된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상식이하의 행동을 노출했다.



경찰은 이씨가 지금까지 검·경에 10여차례나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송사에 밝은 베테랑이란 점과 일본에 딸이 살고 있는 것을 간과,신병확보라는 수사의 기초를 무시한 것으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병확보도 안된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한 일 이라던가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의 피의자가 집행유예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출국한 뒤에 뒤늦게 출국정지조치가 취해진 사실등으로 미루어 경찰이 「도망갈 길을 터주고 잡는 척한다」는 비난에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
1994-04-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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