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엔 상류층이 더 간답디다(박갑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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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2-16 00:00
입력 199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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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당신이 여긴 웬일이에요?』.이름난 점쟁이 집에서 그야말로 뜻밖에 남편을 만난 아내는 놀란다.할일 없으면 낮잠이나 잘것이지 점쟁이한테는 뭣 때문에 다니느냐는 핀잔의 강도가 얼마나 높았던 남편인가.그 남편을 바로 점쟁이집에서 만나다니.이 이야기는 제아무리 초연한 체 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내일을 알고 싶어하는 심리는 있다는 사실을 뒷받친다.약한 자여,그대 이름은 사람이니라이기에.

설을 쇠면서는 식구끼리 둘러앉아 재미로 토정비결들을 본다.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1년신수를 보러 점쟁이집을 찾기도 한다.첨단과학 세상이건만 그 관습은 줄기 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 같기만 하다.웬만큼 이름이 난 역술인이라면 이 무렵이 대목이다.부적 하나에 몇백만원짜리도 있다지 않던가.이들 역술인들은 국운을 점쳐오고도 있다.그건 대체로 좋다.올해도 상승세 쪽이 강하니 두고 볼 일이다.

점의 매력이 줄지 않는 까닭은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점괘에 나온 행운의 현실화를 기대하는 심리 때문이다.놀랄 만큼 적중하는 경우가 있기때문이기도 하다.예를 들면 홍계관같은 점쟁이가 그런 사람이다.「부계기문」등에 적혀있는 그에 대한 얘기는 그의 점이 얼마나 신통한 것이었나를 말해준다.

­인산군 홍윤성이 향시에 합격한 다음 서울에 왔다가 홍계관의 이름을 듣고 찾아 간다.꽤 오랫동안 점을 치던 홍계관은 꿇어앉더니 공손히 절하면서 말한다.『공은 더 할 수 없이 귀하게 될 운명입니다』

그러면서 말을 잇는다.어느 해 어느 때 형조판서가 될것인데 그때 자기 아들이 죽을죄를 짓고 옥에 갇히게 될것인바 자기를 보아 살려달라는 것이었다.그 아들에게도 아무때 네가 죽을죄를 짓게 될것인즉 그때 홍계관의 아들이라고 하면 살려줄 것이라고 이른다.그말대로 되었다는 것이니 놀랍다.



『점쟁이 저 죽을날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동언해」 등에는 「점쟁이」대신 「소경」이라 써놓고 있는데 홍계관도 소경이었듯이 지난 날에는 소경 가운데 점치는 이가 많았기에 그러하다.사람이란 한치 앞의 운명을 모른다는 뜻으로 쓰인다.사실이 그렇다.알수도 없지만 알아서도 안되게 되어있는것이 섭리의 뜻.한치 앞을 모르기에 설마설마하며 속아 살아가는 것이지 앞일을 확실하게 안다고할때 자살해 버릴사람은 얼마일것인가.

점쟁이 집으로는 가난한 사람보다 가멸지고 벼슬 높은 사람들 쪽의 발길이 더 뻔질나다고 한다.「재미」를 넘어선다 해도 「참고」정도면 모를까 너무 빠져드는건 옳은 자세라 할수 없겠다.
1994-02-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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