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 「금융실명제」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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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8-31 00:00
입력 1993-08-31 00:00
◎「…실명제」「…이렇게 시행된다」「알기 쉬운…」등 쏟아져/대형서점 경제부문 베스트셀러에 랭크/대부분 기초자료 부족… 발표내용에 치중

발표 엿새 만에 초판,그 닷새뒤 개정판.

해마다 노벨문학상수상자가 발표되는 늦가을이면 나타나는 출판계의 속도경쟁이 올해는 다른 곳에서 먼저 불붙었다.바로 금융실명제 관련 서적이다.

현재 서점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금융실명제」(비봉출판사간)와 「금융실명제 이렇게 시행된다」(오롬시스템간),「알기 쉽게 풀어본 금융실명제」(들녘간),「알기쉬운 금융실명제」(서음출판사간)등의 금융실명제 관련 서적이 진열되어 있다.

이 가운데 「운좋게」 금융실명제 실시가 발표되던 날인 지난 12일 출간된 경실련의 「금융실명제」는 이미 4판까지 찍으며 교보문고와 을지서적등 서울 시내 대형서점이 집계한 지난주 경제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선두주자는 「…이렇게 시행된다」.출판사 오롬시스템은 발표 다음날인 13일 아침 이 책의 출판을 결정한 즉시작업에 들어가 15일까지 자료를 모은뒤 19일 서점에 책을 내놓았다.꼭 6일이 걸린 셈이다.초판 2천부는 즉시 매진됐다.그러나 그 며칠 사이에도 양도성예금증서와 증권·보험등 분야에 대한 재무부의 실무지침에 변화가 있었다.따라서 편집체제에도 변화를 주고 내용도 대폭 보완한 개정판 5천부를 24일 발행했다.초판 기획 11일·초판 발행 5일 만이었다.출판전에 이미 화제가 된 책의 경우 1판을 낸 다음날 2판을 찍기도 한다.그러나 편집체제까지 바꾼 개정판을 6일만에 낸 것은 전례가 없다는 것이 출판계의 이야기.오롬시스템 이호렬대표는 『금융실명제 세부 지침의 변화가 앞으로도 있다면 개정판을 다시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알기 쉽게 풀어본…」이나 「알기 쉬운…」도 대략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나 책이 서점에 배포되기 시작한 것은 27일.「…이렇게 시행된다」가 이처럼 앞설수 있었던 것은 오롬시스템이 출판을 비롯,컴퓨터조판과 인쇄사업을 겸하고 있기 때문.출판 결정에서부터 인쇄까지를 한자리에서 해냈으니 빠를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만들어져 실시를 촉구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경실련의 「금융실명제」를 제외한 나머지 책들의 공통점은 기초자료의 부족.따라서 책의 내용은 정부의 발표와 종합일간지및 경제신문의 해설기사와 외부기고가 주류를 이룬다.일종의 자료 스크랩북인 셈이다.출판사들이 금융실명제 실시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던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대목」을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신문기사도 기사지만 외부기고의 경우 저작권 문제도 잡음을 낼 소지가 크다.

출판계는 그러나 이런 측면에도 불구하고 금융실명제 실시가 몰고온 이번과 같은 「정보 스크랩성 출판물」 붐이 출판의 한 경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앞으로는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정책변화가 있을 때 마다 이런 책들이 쏟아져 나올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서동철기자>
1993-08-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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