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유인… 신경제에 “활력”/청와대 경제장관회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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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8-12 00:00
입력 1993-08-12 00:00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의욕적인 출범을 했던 「신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깝다.경제가 정부의 뜻대로 활력을 찾기는 커녕 오히려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단기적인 투자활성화 정책인 신경제 1백일계획은 쉽게 말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돈을 풀고 세금을 내려준 정책이다
그런데도 설비투자는 본격적으로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당초 「선경기활성화,후제도개혁」의 순서로 신경제 1백일계획5개년계획의 시간표를 짰던 정부내 경제팀들은 경기회복의 속도가 더디자 매우 초조해 하고 있다.
정부가 11일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경제시책 운용의 불확실성을 없애겠다고 공언한 것은 최근 기업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덜어 투자활동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으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기업인들이 투자 저해요인으로 꼽아온 업종전문화,노동정책,통화금융정책등에 대해 빠른 시일내에 정부측의 확실한 입장을 마련할 방침이다.또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경부고속전철,영종도 신공항 건설 계획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조속히 매듭지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말못할」 현실적인 한계가 가로막는다.정부가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했으나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현 정권의 임기내에 확실히 실시한다는 원칙론만이 강조되고 있을 뿐 이경식부총리나 박재윤경제수석등 어느 당국자도 항상 구체적인 실시시기나 방법에는 언급을 회피한다.경제를 불확실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가 아직 제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업활동과 사정의 관계는 우리의 경제현실에서 「뜨거운 감자」로 비유할 수 있다.한 기업인은 『장사꾼들은 이익이 생기면 달러빚이라도 얻어서 전쟁터까지 찾아가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목숨을 걸고 장사를 하는 기업인들의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정부의 사정활동 때문이라는 것을 경제팀의 핵심관료들은 잘 안다.다만 이를 공론화하기 어려운 분위기여서 토론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미 「사정폐해론」에 대해 『개혁과 경제는 결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정부는 현재 기업인들에 대한 사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논의 자체를 금기시한다.그러나 재계는 문민정부가 「예측가능한 정치」를 부르짖듯이 재계도 「예측가능한 경제」를 할 수 있도록 원칙있는 사정을 하면서 투자활성화 정책을 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신경제정책이 무슨 작전하듯이 1백일 계획을 먼저 시행,단기적인 활성화를 이룬 다음 제도개혁을 담은 5개년 계획을 실시한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한다.처음부터 성장·물가·국제수지등 거시경제지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제도개혁과 경제구조 개편을 위한 안정정책을 편 뒤 고통분담을 호소했더라면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기대감을 심어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대통령이 『경제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는 것인 만큼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라』고 당부한 것은 이같은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경제팀은 거시지표 달성에 집착한 나머지 현재 다소 풀이 죽은 모습이다.그러나 지금의 경기침체가 경제 제도개혁을 달성하기 위한 거품제거 또는 구조개편의 호기로 활용하고 이를 홍보하는 한편 무리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정종석기자>
1993-08-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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