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고성장에 집착말라”/전문가가 말하는 「5개년 계획」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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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7-04 00:00
입력 1993-07-04 00:00
◎한은 독립·실명제 실시해야/국민참여 통한 경제회복 추진 장점/이재웅 성균관대교수/이한구 대우경제연소장/이필상 고대교수

「참여와 창의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한 신경제5개년계획이 시작됐다.이 계획에 의한 새로운 성장전략이 성과를 거두려면 국민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와 인내가 요구된다.서울신문사는 3일 이재웅성균관대교수,이필상고려대교수,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가나다 순)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좌담회를 갖고 신경제5개년계획의 의의와 문제점을 짚어봤다.

▲이한구소장=신경제5개년계획은 타당성도 있고 수단도 현실에 맞는등 모양은 갖췄습니다.그러나 목표를 조금 욕심내 잡은 감도 없지 않습니다.이번처럼 제도개혁을 함께 추진할 때는 성장률을 높이는 게 어렵습니다.성장률에 집착하면 다른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요.

▲이재웅교수=신경제5개년계획은 정부의 통제를 줄이고 국민의 창의와 참여를 강조한 게 특징입니다.국민들의 창의와 참여속에서 재정·금융·행정등 각 분야의 개혁을 통해 경제를 살려보자는 것이지요.개혁의지가 보다 뚜렷이 부각된 것도 이전과는 다릅니다.신경제 5년동안의 성장률을 7차 5개년계획의 7.5%를 밑도는 6.9%로 잡은 것은 성장률이 다소 낮더라도 국민생활의 질이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것으로 바람직하다고 봅니다.앞으로 성장의 양적인 면보다는 환경·근로자복지등 질적인 면을 중시해야 합니다.국민들도 이제는 높은 성장률만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이필상교수=5년 후의 목표를 너무 화려하게 설정한 듯합니다.1인당 국민소득 1만4천달러,물가 3%,경제성장률 7%등 목표를 이상적으로만 집약시켜놓은 듯한 인상입니다.무리한 목표 같습니다.자율적인 참여와 창의를 강조하면서 고통과 열매를 함께 나눈다는 것은 좋은 얘기입니다.그러나 겉으로는 참여를 강조하면서 정부의 통제관리가 강화되는등 모순이 있습니다.개혁프로그램 자체에도 근본적인 철학이나 흐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지난 1백일계획 동안 경기활성화를 하려다 거품만 일으킨 부작용과 그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경제제도를 개혁해 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새로이출발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지요.

○구체성 결여 “흠” 지적

▲이소장=신경제5개년계획은 개혁부문을 독립된 주제로 부각시킨 게 이전의 계획과 차이가 있습니다.6공화국 때는 개혁이라는 용어를 별로 쓰지 않았지요.이번에는 제도개혁뿐 아니라 의식개혁을 강조한 게 두드러져 보입니다.제도개혁만 갖고는 목표달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식개혁을 같이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의식개혁이 없으면 자율경제로 넘어갈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셈입니다.성장잠재력을 쌓은 뒤 제도개혁과 함께 국제화와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계획을 단계적으로 제시한 점도 특색입니다.그러나 왜곡된 경제구조를 시정하기 위해 자율과 참여·창의를 강조하면서도 각론에 언급이 별로 없는 점은 유감입니다.틀을 바꾸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하지만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할 수단까지도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재웅교수=6공 때는 5공으로부터 국제수지흑자·물가안정등 좋은 유산을 물려받았으나 문민정부는 침체된 경제를 물려받은 점에서 큰 차이가있지요.문민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개혁을 추진하는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지닌 것 같습니다.

○정치적 접근 말아야

▲이소장=개혁을 하면 초기에는 고성장을 할 수 없지요.빠른 시일 내에 수출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고 물가 역시 개혁을 하면서 잡기는 어렵습니다.금리자유화를 하면서 돈을 풀어야 하는 것도 변수지요.원칙과 질서를 철저히 지키는 한편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합니다.내부에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세계경제가 다소 회복되고 있어 외부여건은 유리합니다.1백일계획의 결과가 시원치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의 계획을 평가절하해서는 안됩니다.1백일계획을 열심히 PR했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아 신뢰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자승자박이 된 점도 있지요.그러나 행정규제완화·중소기업지원등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한 것은 잘한 점이지요.공무원의 의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통제 강화는 모순

▲이필상교수=오랫동안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그러나 신경제의 기본철학이나 개념이 분명치 않은 것 같습니다.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도 소득격차,도·농간 격차,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등 산업구조적인 조정의지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또 사정과 제도개혁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혼란이 있는 듯합니다.사정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경기가 나빠진다고 생각하고 있지요.때문에 정부는 개혁이 기업들에게 불안심리보다는 기업활동을 지원해준다는 희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이소장=성장잠재력을 일깨우기 위해 노동의 양과 질적인 면에서 공급이 원활해져야 합니다.이번에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는 문제가 거론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은 있는데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재웅교수=우리 정서에는 아직 국제화의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습니다.금융기관의 수를 늘리고 OECD에 가입하는 것이 국제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그릇된 경제관행과 현실에 맞지 않는 법들을 국제기준에 맞춰 과감히 고치고 개방을 주저하는 국민의식을 고쳐나가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라고 봅니다.

▲이소장=신경제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공공부문은 과감히 제거돼야 합니다.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단체의 수를 줄이고 경제에서 국영기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춰야 합니다.

▲이필상교수=재원조달을 국민의 세금으로만 충당하려 해서는 안됩니다.기득권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지적이 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GNP의 30%를 차지하는 지하경제에 대해 세금을 물릴 수 있도록 금융실명제를 조속히 실시해야 합니다.금융산업의 자유화정책도 실물경제와 맞물려 추진하고,중앙은행의 독립문제와 금융실명제의 실시시기도 거론했어야 했습니다.

▲이재웅교수=신경제는 정치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요.정부의 지도력에다 기업의 자율성,국민의 참여의식이 더해질 때 신경제계획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입니다.한가지 덧붙인다면 개방을 통해 국제화를 이루면 왜곡된 산업구조는 저절로 조정되리라 봅니다.

○정책결정권 일원화를

▲이소장=정치논리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합니다.또 의식개혁이 호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만큼 새 정부가 정해진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다시말해 민간 부문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되그에 따른 책임도 지도록 해야 합니다.근로자들도 스스로 일한 만큼의 대가만 바라고 무리한 요구는 다른 근로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야지요.

▲이필상교수=신경제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가시적인 효과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습니다.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데 서두르지 말고 시장 스스로가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경제가 정치논리에서 배제돼야 합니다.그동안의 사정작업이 신경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개혁을 통해 새로운 경제질서를 가꾸기를 기대합니다.

▲이소장=신경제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부처간의 이견으로 다소 진통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이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지요.신경제계획을 추진할 때는 정책적 결정권이 일원화돼야 한다고 생각됩니다.시장의 원리에 충실해야 하지만 정책의 최종결정권이 분산되면 추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정리=곽태헌·백문일기자>
1993-07-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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