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형제,43년만에 상봉/김진명·학명씨
수정 1990-12-12 00:00
입력 1990-12-12 00:00
오랜세월을 두고 목메게 그리던 형제는 소개도 인사도 제쳐놓고 이내 부등켜 안았다. 평양 민족음악단 최고령자인 인민배우 김진명씨(78)는 11일 상오10시15분쯤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동생 학명씨(74)를 43년만에 만나는 순간이 이렇듯 급했다.
『형님,죽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오래 산다더니 살아계셨군요』
『순명(78년 작고)이는 어디갔니?』
『산으로 갔지요』
『아니 나보다 먼저 갔단 말이냐…』
눈물이 얼룩진 서로의 얼굴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다. 몸을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는 70이 넘은 노인으로 만난 형제는 헤어질 당시인 30대의 모습은 추억일 뿐 오간데 없었다. 형제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형님 지금도 약주 많이 합니까』
『술이라니 밥도 잘 못먹는 데…,넌 지금 식구가 몇이니?』
『한참 꼽아야지요. 3남 3녀예요. 애들 인사 받으세요』
학명씨와 함께 나온 10여명의 자녀와 조카들이 난생처음 보는 큰아버지께 일일이 큰절을 올리며 준비해온 금반지를 끼워드리고 시계를 채워드렸다.
이날 진명씨 형제는 20여분간 인사를 나눈뒤 10여분간 기자들과 1문1답을 갖고는 밀실로 자리를 옮겨 점심식사를 함께 나누었다.
한편 동생 학명씨는 『하루저녁이라도 형님을 모시게 해달라』고 부탁했으며 북측은 고려해 보겠다는 답변을 주었다.
이날 진명씨는 종합강정,살구씨향 과자,인삼곡주,불로술과 조선평양 근로단체 출판사달력 등을 남측의 가족들에게 선물로 안겨주었다.
1990-12-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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