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주인의 마음 돌린 누렁이의 탈출극
수정 2010-02-08 14:05
입력 2010-02-08 00:00
누렁이를 판 조씨의 집으로 찾아가 보았지.
과연 누렁이는 마당 한 귀퉁이에서 발발 떨고 있고 그 옆에는 조씨의 부인(31)이 쪼그려 앉아 누렁이의 피투성이 머리를 닦아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 아마 이 누렁이가 도망치자 곧장 옛 주인집으로 쫓아갔던 모양이야.
조씨의 부인은 누렁이의 이 꼴을 보자 그만 방에서 달려나와 누렁이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더라는 거야.
C=보신탕 맛이 한결 없어지게 됐군.
A=그러고는 김씨가 찾아오자 돈을 집어 던지며 팔지 않겠다고 악을 쓰더군.
B=개라는 놈, 귀찮게 굴기도 하지만 얼마나 정이 들게 싹싹하게 하냐 말야. 인간생활이란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에 지배되면서도 그 부인과 같은 불합리한 정같은 게 섞여드는데 살만한 묘미가 있는게 아닐까.
lt;서울신문 사회부>
[선데이서울 73년 2월 18일호 제6권 7호 통권 제 2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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