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돋보기] 한국판 ‘발렌틴’ 왜 없나
수정 2013-09-17 00:00
입력 2013-09-17 00:00
언뜻 비교해도 조금 초라하지 않은가. 일본에서도 외국인이 일본인이 세운 기록을 넘는 데 대한 거부반응이 없지 않지만 대기록이 몰고올 파급 효과를 감안해 모두 반기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가 50홈런을 채웠다.
홈런만큼 화끈한 팬서비스와 관중 유인 수단은 없다. 이승엽이 대기록을 세울 때 대구구장에 몰려든 잠자리채 열풍을 떠올려도 그렇다. 그런데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한 시즌 50홈런을 넘긴 것은 10년 전 이승엽과 심정수(당시 현대·53개)였고 40홈런조차 2010년 이대호(당시 롯데·44개) 이후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 타자가 2011년 가코(삼성), 가르시아(한화), 알드리지(넥센)를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긴 탓이 크다. 구단들은 2년째 외국인 선수를 전원 투수로 채웠다.
이런 현상은 국내 프로야구의 구조적 결함과 맞닿아 있다. 팀 운영의 기본은 투수력, 그중에도 튼튼한 선발 로테이션 구축이다. 팀당 2명인 외국인 쿼터를 투수에 올인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믿을 만한 투수 자원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팀들은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착실한 외국인 투수를 찾는 데 열심이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팀 기여도에서 훨씬 밑돌고 발도 느리고 수비도 안 되는 외국인 거포의 쓰임새를 비교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대목.
문제는 외국인 투수 둘을 시즌 끝까지 보듬고 가는 구단도 찾기 어렵다는 점. 당장 리그 1~3위인 LG와 삼성, 두산 모두 외국인 투수 한 명으로 ‘가을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의 스타일도 비슷비슷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란 비아냥도 감수해야 한다.
일본은 어떤가? 외국인 보유 한도가 따로 없으며 4명까지만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것도 투수나 야수만으로 채울 수 없도록 했다.
그런데 보유 한도를 늘리는 일도 쉽지 않다. 선수협의 반발을 다독여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우리 프로야구는 ‘잔잔하게 가는 쪽’을 지향하고 있다. 야구로 돈 버는 구단이 적으니 구단 스스로 의지를 갖고 달려들라는 얘기도 건네기 어렵다. 그래서 ‘빵빵 터지는’ 이웃 나라 대포 소식에 체증 같은 게 쌓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2013-09-1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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