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며 하자더니 ‘작심 드라이브’ 땀으로 탁구대 흠뻑 적신 전설들
최병규 기자
수정 2017-12-27 19:17
입력 2017-12-27 18:50
현정화 vs 유남규 레전드 매치
전성기 기술·승부욕은 그대로
월간탁구 제공
27일 제71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가 열린 대구체육관. 1980~90년대 한국 탁구를 이끈 뒤 이제는 실업팀 지도자로 여전히 탁구 사랑을 실천하는 두 감독은 선수 시절 훈련 상대로 여러 차례 녹색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기도 했다. 당시엔 한 세트가 21점이어서 유 감독은 현 감독에게 6~7점을 주고 경기했다. 그러나 현재는 11점 방식이기 때문에 이날의 ‘레전드 매치’에서는 현 감독이 당시의 절반인 3점을 먼저 챙긴 뒤 경기하는 것으로 서로 합의(?)를 봤다.
‘승패는 의미가 없다고, 팬들이 즐길 수 있게 치겠다’고 예고했지만 승부사였던 둘의 스매싱과 발걸음은 날카롭고 빨랐다. 남녀 단식 결승에 앞서 11점 두 세트로 진행된 경기에서 이들은 5분 동안 랠리로 워밍업을 한 뒤 라켓을 고쳐 잡았다.
첫 세트 현 감독이 3-0 앞선 것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유 감독이 따라잡아 5-5가 됐다. 현 감독이 드라이브를 거푸 꽂아 9-5까지 달아났지만 유 감독이 다시 9-9로 균형을 맞춘 뒤 10-10 듀스가 됐다. 이번엔 현 감독이 선수 시절 특기였던 전진 속공을 선보이며 두 점을 보태 13-11로 먼저 1세트를 챙겼다.
전날 소속팀 삼성생명이 단체전 결승에서 13년 만에 정상에 올라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유 감독의 표정이 굳어졌다. 두 번째 세트가 시작되자마자 유 감독이 작심한 듯 드라이브를 걸었고 현 감독도 질세라 맞드라이브로 넘겼다. 그러나 랠리가 길어지자 현 감독이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천하의 현정화가 범실을 남발하며 두 번째 세트는 11-7로 유 감독이 가져갔다.
1-1 무승부. 승부는 갈리지 않았지만 둘이 흘린 땀방울은 어느새 녹색 테이블을 적셨다. 유 감독은 “생각했던 것보다 현 감독이 세게 나와 당황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 감독은 “두 번째 세트에서 체력이 떨어져 도대체 공이 들어가지 않더라”고 엄살을 부렸다.
한편 인천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김동현(23·한국수자원공사)은 남자단식 결승에서 전날 중학생 조대성의 돌풍을 잠재운 장우진(22·미래에셋대우)을 4-2로 꺾고 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여자단식에서는 귀화선수 전지희(25·포스코에너지)가 양하은(23·대한항공)을 4-1로 제압하고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대구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7-12-2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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