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도 상대 팀 선수도 코비에게 “운동화에 서명 좀”
임병선 기자
수정 2016-03-30 11:29
입력 2016-03-30 11:29
은퇴 앞두고 원정마다 다섯 켤레씩 챙겨와 나눠준다고
종료 버저가 울리면 코비 브라이언트(37·LA레이커스)의 농구화에 서명을 받기 위한 ‘사냥’이 시작된다. 상대 팀 선수도 이 순간은 팬으로 돌변한다. 심지어 ´킹´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도 동참했다.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는 브라이언트가 요즈음 연일 경기 종료 뒤 팬으로 바뀐 선수들에게 자신의 서명이 담긴 농구화를 건네느라 분주하다고 ESPN이 30일 전했다.
브라이언트는 수많은 이들과 사진 찍고 사인해주고 손을 맞잡았는데 그 중에는 유타에서 은퇴한 안드레이 키릴렌코도 포함돼 있었다. 브라이언트는 후드를 보더니 “오~~ 보이! 오늘밤 펄펄 들끓었어(Cooking with gasoline tonight)!”라고 소리쳤다. 결국 후드는 들고 있던 스니커즈에 대선배 사인을 받아내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일종의 의식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브라이언트는 올 시즌 상대 선수들이나 심지어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 서명을 담아 건넨 신발이 적어도 서른 켤레는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원정 때 다섯 켤레쯤 들고 가고 한 번은 일곱 켤레를 들고 갔는데 워낙 달라고 조르는 사람이 많아서라고 털어놓았다. 이름만 적는 게 아니라 메시지도 적어넣는다. 드레이몬드 그린(골든스테이트)에게는 “역사를 만들라(Make history)!”라고, 토니 앨런(멤피스)에게는 “내가 만난 최고의 수비수!”라고, 케빈 듀랜트(오클라호마시티)에게는 “위대해져라(Be the greatest)”고 적었다.
그의 서명이 담긴 신발을 받은 이로는 폴 조지(인디애나)와 제임스,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트레버 아리자(휴스턴)와 캐런 버틀러(새크라멘토)를 비롯한 수많은 현역 NBA 선수들이 있다. 최근에는 자신을 만나러 피닉스 훈련 장소로 찾아온 미국프로풋볼(NFL) 애리조나의 와이드리시버 래리 피츠제럴드도 서명이 담긴 한 켤레를 얻어냈다.
자신의 애완견 이름 ‘크루시오’를 맞힌 두 꼬마 팬에게 서명을 담은 신발을 넘기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서커스는 레이커스의 라커룸 안, 브라이언트가 피로를 푸는 동안 벌어진다. 선수들이 경기 뒤 코트나 라커룸 등에서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데 듀랜트 같은 스타도 조금은 겸연쩍어한다.
듀랜트는 “이봐, 누구에게도 얘기하면 안 돼. 나약한 남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요”라고 썼다. 덴버의 신인 에마뉘엘 무디아이는 브라이언트를 만나고 나니 어땠느냐는 질문에 “울뻔했어요”라고 답했다. 존 월(워싱턴)은 “엄마도 (제가 브라이언트를 만나는 장면을) 지켜봐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보통 원정 때는 적어도 한 명, 어떤 때는 세 경호원의 경호를 받는데 브라이언트는 열 발자국 내딛으며 10분쯤 걸린다고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브라이언트는 마이클 조던, 스코티 피펜, 호레이스 그랜트, 페니 하더웨이와 나중에 레이커스 동료가 된 샤킬 오닐 등의 서명을 받은 기억이 뚜렷하다고 고백했다.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샤크를 만났을 때 정말 최고였죠. 열다섯 살 때로 기억하는데 그는 내게 정말, 정말 좋은 선수였어요. 페니는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선수 경력의 나머지 시간에 해내야 할 일은 이런 거죠.”
그래서 브라이언트는 모든 것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있다. 팬의 운동화에 남겨진 서명이 어떤 의미인가를 알고 있고, 이제 매일 밤 자신의 운동화를 건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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