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1)단체운동의 매력
수정 2011-08-09 00:44
입력 2011-08-09 00:00
하나로 똘똘 뭉쳐야 사는 ‘럭비의 묘미’
나는 단체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 남자들이 학창 시절 북적대며 운동을 해온 것과 달리(하다못해 ‘군대스리가’에서라도) 여자들은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 체육교육과를 나온 나조차 남자들 틈에 껴서 가끔 배구나 농구를 해본 게 전부다.
스스로 ‘그래도 꽤 한다.’ 싶은 운동은 테니스와 스키다. 모두 개인운동. 테니스에서 복식을 주로 쳤지만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친한 동기와 메이트를 했고, 아니면 후배를 이끌고 칠 때가 많아 부담이 적었다. 한마디로 나 혼자만 잘하면 되는 그런 운동을 했다.
그러다 럭비를 시작했다. 독특한 모양의 공 자체도 버겁지만 처음 접하는 ‘단체운동’에 적응하는 것도 참 어렵다. 나의 실수 하나는 동료들에게 고스란히 짐이 된다. 부정확한 패스, 놓쳐 버린 공은 연습의 흐름을 끊기 일쑤다. 게다가 태클과 콘택트 등 격렬한 몸싸움이 있는 럭비에서 실수는 곧 죄악이다. 동료들은 “괜찮아요. 파이팅.”을 외치지만 스스로 용납이 안 되는 거다. 잘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안 하면서 살아온 내게 이런 상황은 큰 시련이다. 나의 실수가 팀에 민폐가 된다는 게, 내가 놓친 공 하나 때문에 동료들이 어깨를 맞대고 스크럼을 짜야 한다는 게 싫고 민망하다. 동료 선수가 와서 괜찮다며 엉덩이를 툭 쳐주면 갑자기 울컥해진다.
럭비 정신은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All for One, One for All)란다.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정했다. 트라이 하나를 찍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서 투쟁하는 운동. 혼자만 잘해서는 절대로 득점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앞으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미안한 만큼 더 악착같이 뛰는 조은지 선수가 되겠다. 의지할 건 서로밖에 없는, 뛰는 동력은 꿈과 깡뿐인, 미워도 끌어안고 가야 하는 ‘우리 팀’이기에.
이제는 감히 말하고 싶다. “메시, 혼자만 잘해서 골 넣는 거 아닌 거 알죠?”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08-0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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