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허심’에 꽂혔다
박주영은 5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4분 만에 감각적인 선제골을 터뜨려 3-1 승리의 선봉에 섰다. 지난달 12일 파라과이와의 A매치 결승골에 이은 2경기 연속 득점포. 2010남아공월드컵 예선 12경기에서 4골을 터뜨린 박주영은 이날 한층 진화한 해결사의 모습을 과시했다.
박주영은 이청용(볼턴)이 연결한 공을 각이 거의 없는 오른쪽 페널티지역에서 유연하게 차 넣으며 야무지게 골망을 갈랐다. 박주영은 후반 34분 이근호(이와타)와 교체될 때까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호주 수비진을 괴롭혔다.
한국은 박주영의 선제골에 이어 이정수(교토상가)와 설기현(풀럼)이 골을 보태 패트릭 키스노브로가 한 골을 만회한 호주에 3-1 완승을 거뒀다. 지난해 칠레전(0-1 패) 이후 25경기 연속 무패(12승13무).
공격진의 무게중심이었던 이근호는 외려 주춤한 모습. 파라과이전에서 답답한 모습을 보였던 이근호는 후반 그라운드를 밟아 10분 여를 뛰었다. 날카로운 움직임은 여전했지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던 최종예선 때와 비교하면 부족한 느낌.
박주영과 투톱으로 나선 이동국(전북)은 화려하진 않지만 궂은 일을 도맡으며 조심스러운 합격점을 받았다. 상대 진영 한복판에서 뛰어난 포스트플레이로 상대 수비수를 몰고 다니며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박주영과도 무난한 호흡을 선보여 새로운 투톱 가능성을 열었다.
눈에 띄는 건 설기현.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설기현은 짜릿한 A매치 골맛을 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세밀한 패스는 부족했지만 특기인 과감한 돌파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적극적인 수비가담도 ‘허심’을 사로잡았다.
허정무 감독은 “설기현은 초반 다소 어색했지만 좋아졌다. 함께 하려는 자세를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 지켜볼 생각”이라며 “이동국은 파라과이전보다 좋아졌다. 폭넓은 움직임과 몸싸움이 훨씬 좋았지만 아직 부족하다.”면서 끊임없이 경쟁을 유도했다.
이날 허 감독은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갈등을 의식한 듯 10명의 해외파를 풀가동해 K-리거의 부담을 덜어줬다. 6일 리그 경기를 앞둔 국내파 중 풀타임을 뛴 선수는 골키퍼 이운재(수원)와 조용형(제주) 뿐. 허 감독으로서는 구단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도 해외파 기량을 점검하고 승리까지 낚은 셈이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