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플레이볼] 에이전트 꼭 필요한가
본격적인 스포츠 에이전트의 역사는 1960년 마크 매코맥이 골프 선수 아널드 파머와 손잡으면서 시작됐다. 야구의 경우엔 1970년 메이저리그 선수협회가 구단과 계약하는 선수를 돕기 위해 시작됐고, 이후 연봉 조정제도와 FA가 도입되면서 에이전트들이 물밀듯이 시장에 밀려들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산파 역할을 한 당시 선수협회 대표 마빈 밀러가 에이전트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그는 에이전트들이 별다른 일도 하지 않으면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며,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는 평생을 묶어두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횡포성 행태에 분통을 터뜨렸다.
에이전트가 사기꾼이 아니라고 문제가 끝날까. 무능한 에이전트는 선수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1976년 제리 캡스타인이라는 에이전트는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릭 버렐슨과 칼튼 피스크, 프레드 린 등 자신의 고객 선수 3명을 대신해 5년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캡스타인이 계약 만료 후에도 보스턴 구단이 ‘최초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선수의 FA 자격을 없애는 결과를 낳게 돼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사례를 열거하다 보면 과연 스포츠 선수에게 에이전트가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 강한 의문을 갖게 된다. 또 “무능한 에이전트는 있어도 유능한 에이전트는 없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에이전트라면 관련 법규와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 유능한 것이 아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유능한 국제 변호사를 고용하는 편이 낫다. 아무리 잘 나가는 뉴욕의 로펌 변호사라도 시간당 1000달러면 고용이 가능하다.20시간을 고용한다고 해도 2만달러면 충분하다. 실질적으로 에이전트가 선수를 위해 일하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집을 구할 필요가 있으면 부동산 전문가를 찾으면 되고, 자녀 교육은 유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에게 에이전트의 필요성이 적다면 국내 선수에겐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