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된 남평북초교 ‘기억의 공원’으로 다시 서다

서미애 기자
수정 2026-03-20 10:46
입력 2026-03-20 10:46
카페·전시관 갖춘 테마공원으로 재탄생
전남 나주 남평의 한 폐교가 시간의 흔적을 지운 대신,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멈췄던 교정은 이제 문화와 휴식, 그리고 지역 서사가 공존하는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나주시는 19일 폐교된 남평북초등학교를 카페와 전시관, 주민 쉼터를 갖춘 테마공원으로 조성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시설 재활용을 넘어, 교육의 기억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복원하는 문화재생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911년 ‘남평심상고등소학교’로 출발한 남평북초등학교는 지역 근대교육의 산실로 기능해왔다. 1921년 남평 동사리 관덕정 일대로 이전한 이후 명칭을 바꾸며 존속했고, 2006년까지 2천52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2007년 결국 문을 닫았다.
나주시는 이 공간을 철거 대신 ‘보존적 재생’의 대상으로 삼았다. 총사업비 24억 원을 투입해 기존 건축물 4개 동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기능을 재배치했다.
옛 교사였던 제1동(583㎡)은 카페로 탈바꿈했다. 교실의 구조를 살린 채 휴식 공간으로 재해석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체험적 장소성을 구현했다. 급식동이었던 제2동(165㎡)은 학교의 연혁과 지역의 생활사를 담은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단순 전시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축적하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기능한다.
유치원동(57㎡)은 운영 사무실로, 창고동(50㎡)은 주민 쉼터로 조성돼 일상적 이용과 관광 수요를 동시에 수용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번 사업은 폐교 활용 정책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물리적 공간의 재생을 넘어, ‘기억의 자산화’를 통해 지역 문화자원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객이 함께 머무는 복합공간으로 설계되며, 지방소멸 대응의 문화적 해법으로서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주시 관계자는 “남평북초등학교에 축적된 교육과 공동체의 기억을 보존하면서 지역 문화공간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폐교는 더 이상 소멸의 상징이 아니다. 남평북초의 재탄생은, 사라진 시간을 어떻게 현재로 호출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다.
나주 서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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