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탁·박준호씨, 노사 합의 뒤 75m 굴뚝에서 내려와 동료들, 환호…얼싸안고 기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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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텍 노사 협상이 6차 교섭 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11일 파인텍 노동자인 박준호씨가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75m 높이 굴뚝에서 426일째 농성을 끝내고 내려오고 있다.2019. 1. 11.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윤슬
“헌법에 보장되는 기본권 하나 지키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426일간의 굴뚝 농성을 끝내고 마침내 땅을 밟은 노동자들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다독였다.
섬유가공업체 파인텍 노사가 11일 오전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에서 1년 넘게 이어진 홍기탁(46) 금속노조 파인텍 전 지회장과 박준호(46) 사무장의 고공 농성도 끝이 났다. 1년 여전 겨울 시작했던 농성은 다시 겨울이 돼서야 마무리된 것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19구급대원이 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75m 굴뚝 위로 올라갔다. 이들은 오랜 고공 농성과 단식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몹시 나쁜 것으로 알려져, 애초 헬기를 통해 이송하거나 들것에 실려 내려오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스스로 내려가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안전 로프를 몸에 묶고 소방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직접 걸어 내려왔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이 난간과 안전 로프에 의지해 수직 계단과 회전 계단을 모두 밟아 천천히 내려오는 동안 아래에서는 1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손을 흔들고 환호하면서 이들을 맞이했다.
두 노동자에게 전해줄 꽃을 들고 있던 수녀회연합회 살루스 수녀는 “수녀회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식사를 올려다 주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하루빨리 내려와서 건강을 회복하길 바랐는데 이렇게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돼 다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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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텍 노사 협상이 6차 교섭 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11일 굴뚝 농성을 끝내고 내려온 파인텍 노동자가 지상에서 기다리던 동료들과 끌어 안고 있다. 2019. 1. 11.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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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땅으로 내려온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이동 침대에 실린 채 열병합 발전소 정문으로 나갔다. 이들은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광호 지회장을 비롯해 김옥배 수석부지회장, 조정기 총무 등 파인텍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홍 전 지회장은 “저희 동지 5명이 부족한데도 정말 많은 사람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면서 “헌법에도 보장된 ‘노조’할 권리 하나 지키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청춘을 다 바쳤다”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