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배선 잘못으로 옆집 전기요금 7년간 1천600만원 더 부담
수정 2017-02-19 10:48
입력 2017-02-19 10:48
방배동 롯데캐슬 배선공사 잘못으로 전기계량기 바꿔 달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아파트에 사는 이모(49)씨는 작년 여름까지 7년간 ‘옆집 전기요금’을 대신 내주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씨는 2009년 이 아파트에 입주했다. 아파트 주변 방배동과 서초동을 잇는 터널이 건설사가 홍보했던 것보다 늦게 개통할 예정이어서 불만이 있었지만, 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문제는 전기요금이었다. 새 아파트를 찾아 방배동 안에서 이사한 것이라 생활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이전 아파트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왔다.
처음에는 새 아파트가 더 넓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누진제에 걸려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걱정하며 에어컨 등 전기제품을 덜 쓰며 노력했는데도 요금은 줄지 않았다.
더위가 극심했던 지난해 여름, 이씨는 무더위를 참으며 전기제품 사용을 자제했다. 가족여행을 다녀오며 집을 비우기도 했지만 8월 한 달만 10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이 부과됐다. 이씨는 집안의 모든 전기 사용을 멈추고 원인을 찾았다.
그 결과 상상도 못 한 곳에 이유가 있었다. 아파트를 건설할 때 내부배선을 잘못해 이씨의 집과 옆집의 전기계량기가 바뀌어 연결된 것이 줄지 않는 전기요금의 원인이었다.
203호에 사는 이씨는 204호 주민이 쓴 전기의 요금을 내고, 반대로 204호 입주민은 이씨네 집이 사용한 전기요금을 낸 것이다.
이씨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계산해보니 이씨는 2009년 10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옆집 전기요금을 내주느라 1천640여만원을 추가로 부담했다.
특히 여름철 이씨와 옆집 간 전기사용량 차이는 3배가 넘기도 했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느낀 이씨는 전기 사용을 줄이려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적은 요금을 물게 된 옆집은 전기 사용에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씨의 요청을 받은 롯데건설은 시공 시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작년 9월 계량기를 바로잡는 보수공사를 했다.
하지만 과다 납부한 요금을 보상해 달라는 요청에는 더 낸 요금의 30%만 위로금으로 지급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이씨는 전했다. 롯데건설은 이씨가 추가로 부담한 요금의 절반을 보상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건설사 잘못으로 큰돈을 손해 봤는데 일부만 물어주겠다고 한 것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아파트 내력 구조부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만 건설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운다. 통상 전기배선 등과 관련된 하자는 중대한 하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경미한 하자가 있어도 건설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법 개정안이 작년 12월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연합뉴스 취재가 시작되자 롯데건설은 뒤늦게 이씨에게 연락해 더 낸 전기요금 전액을 보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피해를 보신 분께 마음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전액 보상 등 최대한 피해자의 입장에 귀 기울인 보상을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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