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텍필립 시계, 에르메스 핸드백…또 불거진 ‘명품 로비’
수정 2016-09-09 13:43
입력 2016-09-09 13:43
박수환 집서 명품백 수십개 발견…송희영, 조카 둘 대우조선 채용 의혹
잊힐 만하면 불거지는 ‘명품 로비’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도덕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이 남상태(66·구속기소) 전 사장의 재임 시기를 중심으로 회사 측이 파텍필립 시계를 다수 구입한 것으로 확인하고 행방을 추적 중이다.
1851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파텍필립은 대표적인 최고급 시계 제조사다.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과 더불어 ‘세계 3대 명품 시계’ 제조사로 손꼽힌다. 파텍필립 제품은 싼 제품 가격도 2천만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남 전 사장 재임 시절 파텍필립 시계를 ‘영업용’으로 쓰겠다면서 대여섯개나 구입했다고 한다.
대당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를 발주하는 선주사에 ‘사례’를 하겠다는 명목이었는데 문제는 이 가운데 하나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연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남 전 사장이 이를 로비 용도로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시계 행방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 ‘연임 로비’를 해주겠다면서 접근한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박수환 대표(58·여)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박 대표는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를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나서 대우조선으로부터 2009∼2011년 홍보대행비 및 자문료 등 명목으로 20억원가량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박 대표의 ‘명품 핸드백 로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홍보업계에서는 박 대표가 에르메스 등 고가 핸드백을 사회 고위층 인사 부인들에게 자주 선물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로비 대상자의 부인에게 핸드백을 선물로 줘 상대방 측의 호감을 사는 ‘여심(女心) 잡기’가 박 대표의 주특기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박 대표가 에르메스 핸드백을 비롯해 각종 명품 가방을 무더기로 구입한 정황을 포착됐다. 검찰이 지난달 박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했을 때 에르메스 핸드백을 비롯한 명품 가방 수십개가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계나 핸드백 등 고가의 명품 제품이 로비의 소재로 등장한 사례는 잦은 편이다.
현금과 달리 받은 이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가 꼬리표가 달리지 않아 설사 문제가 됐더라도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식사를 하고 나서 3천500만원짜리 프랭크뮬러 손목시계를 ‘선물’로 받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패션 아이템이 로비 수단으로 부상한 것은 19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건은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던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 구명을 위해 김태정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씨를 상대로 강남의 고급 의상실인 ‘라스포사’옷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특별검사의 수사까지 거쳤지만 실체가 규명되지 않고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한편 고위층 인사의 친·인척과 주변 인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채용비리 역시 주요 사건 때마다 불거지는 의혹의 하나다.
이번에도 검찰은 박수환씨 외에도 남 전 사장, 고재호 전 사장 등 대우조선의 전직 최고 경영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조카들이 대우조선에 채용된 것을 확인하고 배경을 수사 중이다.
송 전 주필은 대우조선의 초청으로 2011년 9월 이탈리아와 그리스, 영국 등지에서 8박 9일간의 호화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폭로되고 나서 논란이 일자 사표를 냈고, 회사는 이를 수리한 상태다. 청와대는 그가 대우조선 경영진의 연임 청탁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 전 주필의 조카 A씨는 2009년 2월 대우조선에 정규직 신입 사원으로 채용됐다. A씨는 정기 공채가 아닌 특채로 뽑혔고, 채용 점수 등이 입사 요건에 맞지 않는데도 최종 합격하면서 사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작년에는 조카 B씨도 일반 공채 전형을 통해 대우조선에 입사했다. 대우조선은 B씨가 지원하고 나서 채용 기준, 면접 방식을 변경하는 등 B씨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송 전 주필 두 조카의 채용 시기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의 임기 종료 시점에 가깝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연임 로비’와 관련이 있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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