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우리 회사 앱 깔아와” ‘앱깔이’를 아시나요

김희리 기자
수정 2016-09-07 01:16
입력 2016-09-06 23:14
내키지 않아 앱을 받지 않은 김씨에게 한 달쯤 뒤 압박이 왔습니다. “팀별로 앱 사용 실태를 확인하니까 무조건 하라”는 의무 가입 지침이 내려온 것이죠. 결국 앱을 설치한 김씨는 “사원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기업 앱 영업 압박에 직장인들 한숨
입사 2년차 은행원인 정모(28)씨도 앱 때문에 스트레스가 큽니다. 새 앱이 나올 때마다 회사에서 공공연히 ‘앱 영업’ 압박을 주기 때문입니다. 추천인 칸에 행원 번호를 기입하게 해 우회적으로 실적을 집계한답니다. 가족·지인·단골 고객까지 총동원해 100개 할당량을 겨우 채웠더니 추가 할당이 내려왔습니다. 정씨는 헬스장을 운영하는 삼촌에게까지 부탁해 헬스장 고객에게 앱 설치를 호소했습니다. 정씨는 “금융 전문가를 꿈꾸며 입사했는데 지금은 동료들끼리 ‘앱깔이’라고 씁쓸해한다”면서 한숨을 쉽니다.
핀테크 경쟁에 따라 금융 앱 출시가 활발합니다. 한국은행 집계로는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가 1억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 중 모바일뱅킹이 7361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약 169만명이 늘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입니다.
●“개인의 정보 자율권 심각한 침해”
문제는 과도한 직원 동원 행태입니다. 모바일뱅킹은 초기 사용자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설치율을 높이는 데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업의 입장이죠. 하지만 실적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너무 쉽게 취급하는 현상은 어떻게 이해할까요. 권태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간사는 “기업이 직위나 위력을 이용해 정보 제공이 필요한 앱 설치를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정보 자율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합니다.
조직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직원의 의무입니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 전략이 직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해선 안 될 겁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09-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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