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밝히는 사람들] “아픈 샛별이 내 노래에만 반응” 유튜브 선생님 삼아 성악 독학

이민영 기자
수정 2016-01-22 00:21
입력 2016-01-21 23:02
중증 장애 여동생 위해 노래하는 이산아군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중학교 3학년때 집에서 박효신의 ‘눈의 꽃’을 부르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노래를 하면 샛별이가 갑자기 눈을 찡긋거렸죠. 부모님 목소리에도 반응이 없던 샛별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는 거예요. 다짐했어요. 앞으로 샛별이를 위해서 노래하겠다고요.”
이군은 성악의 꿈을 키우며 무안의 전남예고에 진학했다. 주말에는 몸이 수시로 강직되는 샛별이가 재활치료를 받도록 광주 조선대병원에 데려갔다. 일용직 날품팔이로 생계를 꾸려 가는 부모는 아들에게 레슨을 시킬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비싼 과외수업 대신에 세계 3대 바리톤인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브린 터펠, 토머스 햄프슨의 유튜브 동영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봤어요. 좋아하는 국내 성악가인 고성현, 김주택의 공연 영상을 틀어 놓고 노래하는 동작까지 외웠지요.”
오빠에게 배움길을 열어 준 것은 외려 샛별이었다. 샛별이를 돕기 위해 찾아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가 이군의 재능을 알아봤고 둘 다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고2 때부터 매주 토요일 첫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려 서울에서 1시간씩 레슨을 받았어요. 막차로 다시 내려갔죠. 샛별이 덕에 다른 친구들처럼 레슨을 받은 거죠.”
이군은 2014년 호남예술제에서 수상한 데 이어 세종음악콩쿠르에서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호남예술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군의 꿈은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고, 노래를 들은 샛별이가 크게 박수를 치는 것이다.
“샛별이가 박수를 치는 것은 영영 불가능할지 몰라요. 그래도 희망을 잃진 않을래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성악을 포기하는 아이들을 위해 무료 레슨도 꼭 해 줄 거예요.”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6-01-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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