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조용한 시골마을 발칵 뒤집은 ‘농약 사이다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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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5-12-12 00:05
입력 2015-12-12 00:05

초복 마을잔치때 먹고 남은 사이다 마신 할머니 6명 사상

올해 한여름 경북 상주에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사이다를 나눠 마신 이 마을 할머니 6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주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명은 숨졌고, 4명은 중태에 빠졌다가 치료를 받고 차츰 건강을 회복했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7월 14일이다.

오후 2시 43분께 마을회관에 있던 60∼80대 할머니 6명이 사이다를 나눠 마신 뒤 의식을 잃었다.

이들은 초복인 7월 13일 마을잔치때 먹다가 남은 음료수를 마신 뒤 입에 거품을 물고 복통을 호소하며 차례로 쓰러졌다.

이들이 마신 사이다에는 고독성 농약이 들어 있었다.

사건 당시 마을회관에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11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모(82) 할머니와 사이다를 마시고 쓰러진 6명만 있었다.

박 할머니만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동네 주민과 외부인 모두를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마을 수색, 탐문, 마을 입구 CCTV 분석 등을 했다.

마을회관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병에 살충제가 들었다는 점에서 실수라기 보다는 고의성에 무게를 뒀다.

더구나 경찰은 이 사이다병 마개가 자양강장제 병뚜껑으로 바뀌어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사건이 발생한 지 3일 만인 7월 17일 함께 마을회관에 있었으나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박 할머니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박 할머니 집 주변 수색에서 병뚜껑이 없는 자양강장제 병이 나왔고 병 속에는 피해 할머니들이 마신 사이다에 든 살충제와 같은 성분의 살충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살충제가 남은 자양강장제 병 유효기간과 할머니 집에 보관 중인 자양강장제 병의 유효기간이 같았다.

경찰은 박 할머니의 행적이 수상하고 진술에서 의심스러운 점이 많은 것으로 판단했다.

사건 당시 출동한 119구급대 블랙박스 영상에는 박 할머니가 살충제 사이다를 마시고 마을회관 밖으로 뛰쳐나온 신모 할머니를 따라나왔다가 다시 회관으로 들어가 55분간 신고하지 않은 채 그냥 있던 장면이 찍혔다.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7월 20일 박 할머니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하자 40여가구에 80여명의 주민이 사는 시골마을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말을 아꼈고 마을 전체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박 할머니는 수사 초기에 거짓말탐지기 사용을 거부하기도 했으며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닷새간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은 박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를 치다가 심하게 다투었다는 피해자 등 진술, 피고인 옷 등 21곳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점, 피고인 집에서 메소밀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발견된 점, 범행 은폐 정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로 판단했고 1심 재판부는 박 할머니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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