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간을 빼먹지”…힘없는 공익 연말 임금체불
수정 2015-01-08 14:49
입력 2015-01-08 14:49
‘불용액’ 줄이려고 예산 빠듯하게 편성…교통비 반만 지급
월급은 기본급·식비·교통비로 나뉘어 입금되는데, 교통비가 절반만 들어온 것.
담당 공무원에게 문의하자 “예산이 부족해서 교통비를 전부 지급할 수 없었다. 나머지 금액은 2월에 이월돼 들어간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교통비는 하루에 2천3000원밖에 되지 않아 못 받은 금액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국가가 지급하기로 약속한 월급을 조직에서 가장 낮은 직급인 사회복무요원에게 덜 지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고 황당해했다.
8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A씨와 같이 사회복무요원에게 교통비를 일부만 지급한 복지부 소속 기관은 서울시내 구 기준으로 25곳 가운데 16곳에 이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이는 공무원들이 연말에 ‘불용액’을 남기지 않으려고 예산을 빠듯하게 편성해 벌어진 일이었다.
불용액이란 편성은 해놨으나 쓸 필요가 없어 남는 예산이다. 불용액이 많을 경우 새해 예산 편성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 과거에는 이를 소진하기 위해 보도블록 교체와 같은 필요 없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업이 예산낭비라는 지탄이 이어지자 불용액을 없애려고 요즘에는 최대한 예산을 촘촘하게 짜다 보니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줄 임금이 모자라 임금체불이 발생한 셈이다.
복지부 소속 사회복무요원의 월급은 두 곳에서 나온다.
식비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바로 지급되고 기본급과 교통비는 복지부 예산으로 나와 지자체를 통해 전달된다.
하지만 매년 연말이 되면 서울시가 복지부에서 내려받는 예산이 빠듯해져 변동 가능성이 큰 교통비 지급에 문제가 종종 생긴다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교통비는 변동성이 커 금액을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아 남는 곳이 있는 반면 모자라는 곳도 있다”면서 “정확히 조정하면 좋겠지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예산이라는 게 예측을 해야 하는데 교통비는 정확히 맞추기가 까다롭다”면서 “이러다 보니 예산을 덜 받는 곳이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예산을 넉넉히 잡으려고 해도 불용액이 많으면 국회에 여러 번 불려가야 한다”면서 “예산은 유동적인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A씨는 “한 달 월급이 고작 30만원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주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불용액 때문에 공무원 월급도 밀리는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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