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브로커가 낀 금품로비는 ‘선지급’이 대세
수정 2013-09-03 15:53
입력 2013-09-03 00:00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 6명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설비 납품에 편의를 받은 대가로 송형근(48)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에게 17억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7억원은 브로커인 H사 소모(50) 대표가 마련한 돈을 현대중공업 손모(48) 부장이 3차례에 걸쳐 받아 송 부장에게 전달했다.
H사가 나중에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부품 납품 명목으로 10억8천만원을 보전받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이른바 ‘영포라인’ 출신 브로커 오희택(55)씨는 2009년 2월께 한국정수공업의 원전 수처리 설비 계약 유지 등을 위해 박영준(53)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게 로비해주는 대가로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 브로커 이윤영(51)씨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
그러나 오씨가 한국정수공업 대표의 신용카드를 받아쓰기 시작한 것은 2009년 3월이고 박 전 차관에게 로비해야 한다면서 13억원을 받은 것은 한참 뒤인 2010년 8∼11월이다.
물론 오씨는 이윤영씨에게 3억원을 건네기 전부터 한국정수공업 대표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받았지만 이처럼 큰돈을 챙기지는 못했다.
이윤영씨가 박 전 차관에게 6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시점도 오씨로부터 3억원을 받은 것보다 약간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브로커들이 거액의 로비자금을 선지급하는 모험이 가능했던 것은 로비가 성공했거나 성공할 수 있고 나중에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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