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 녹취록 공개… ‘돈키호테’ 수준 무장 시나리오
수정 2013-08-30 14:41
입력 2013-08-30 00:00
“정신나간 빨치산 놀이”…”우리나라에 암적 존재”
녹취록에서는 ‘전쟁을 준비하자’, ‘통신, 가스, 유류 등을 차단해 타격을 줘야 한다’, ‘주요 시설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포섭하자’, ‘장난감총 개조’, ‘무기를 만드는 과정’ 등 과격하면서도 다소 엉성해 보이는 발언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일반 상식이나 사회 통념적 차원에서 이들 발언의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내란 음모의 실체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터무니없이 조악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반응과 함께 암적 존재를 적발하는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녹취록 등장인물들에 관한 의견을 올려 “장난감 총 개조해 무장하고 손재주로 총기를 깎아 만들고 사제 폭탄 제조법을 익히고…소설 속 돈키호테의 무장 수준”이라며 “허황한 과대망상에 연출된 피해망상으로 대응하는 발달장애”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족해방 운동의 시대는 오래 전 지났고 그들의 혁명적 로망의 근거가 사라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미군의 도발로 전쟁이 발발한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빨치산 용사 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다만 녹취록이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조작은 아닐 겁니다. 국가보안법 대신 내란음모를 건 게 과하다고 볼 뿐”이라고 덧붙였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한두 사람이 모여 ‘파출소 습격하자’는 얘기는 술 먹고 다 할 수 있다”며 “이 정도 내용이면 예전에는 국보법 적용으로 충분했을 텐데 실행에 구체적인 근거나 명확한 확증이 없이 그들이 하는 말만 듣고 형법 최고 수준 범죄인 내란음모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신수경 새사회연대 공동대표는 “녹취록 내용을 본 누구나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며 “수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오로지 ‘말’밖에 없는 녹취록 내용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기란 무리가 아닐까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녹취록 내용을 소개한 인터넷의 관련 기사에도 ‘술자리 담화 수준의 이야기가 어떻게 내란음모죄가 될 수 있나’라며 좀 더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는 댓글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네이버 아이디 ‘no**’는 녹취록 내용에 대해 “술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도 할 수 있는 얘기”라며 “대한민국이 동네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몇 명이 체제전복 모의한 게 내란죄? 원본을 공개하든지 납득할 만한 다른 증거를 내놔야”라고 썼다.
트위터 아이디 ‘jcg******’는 “녹취록이 진실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이석기는 제대로 된 혁명가도 아니고 망상에 찌든 인간이다. 대한민국이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누가 정신나간 빨치산 놀이에 박수쳐 줄까”라는 의견을 남겼다.
네이버 아이디 ‘nait****’는 “언론에 공개된 수준의 내용만으로도 이들은 우리나라에 암적 존재”라며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일부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법적 처벌을 못해도 큰 일을 했다고 국정원에 박수쳐주고 싶다”고 썼다.
다만 국가정보원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발부했다면 이는 국정원이 녹취록 외에 수사 대상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추가 증거를 제출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구속영장 발부 여부 등 법원의 이어지는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통합진보당은 녹취록에 대해 “당시는 경기도당 위원장이 소집한 당원모임에서 이 의원을 강사로 초빙해 정세에 대한 강연을 듣는 자리였다”며 “일부 참가자 발언이 날조 수준으로 왜곡돼 있다”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