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수-진보 논쟁이 살인사건으로 비화
수정 2013-07-17 09:43
입력 2013-07-17 00:00
갈등 빚던 30대男, 동갑 여성 찾아가 무참히 살해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7일 살인 혐의로 백모(30)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백씨는 지난 10일 오후 9시 10분께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모 아파트 김모(30·여)씨의 집 앞에서 흉기로 김씨의 배 등을 9군데나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백씨와 김씨는 모 인터넷 사이트의 정치, 사회 갤러리에 활발하게 글을 올리는 이들이고 특히 김씨는 논리정연한 글을 많이 올려 회원 사이에서 ‘여신’으로 불렸다.
3년전부터 이 사이트에서 활동해온 이들은 진보적인 성향의 글을 함께 올리며 가깝게 지내다가 지난해 초 백씨가 김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글을 올리면서 틀어졌다.
김씨가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백씨가 지난해 4월 해운대경찰서 게시판에 사과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의 갈등은 김씨가 3∼4개월전부터 갑자기 보수성향의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심화했고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
백씨는 주로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고 김씨는 이를 반박하는 글로 첨예하게 맞섰다.
이 과정에서 서로 사생활을 언급하거나 욕설을 주고받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이 때문에 화가 난 광주에 사는 백씨는 모 채팅 사이트를 통해 김씨의 얼굴과 주거지를 알아낸 뒤 흉기 2개를 구입해 지난 5일 부산으로 왔다.
백씨는 5일간 부산 연제구의 한 모텔에 머물면서 김씨의 집 근처를 3∼4차례 답사하면서 잠복하고 채팅 사이트를 통해 동선을 파악한 뒤 범행 당일 집을 나서는 김씨를 무참히 살해했다.
백씨는 범행 후 모텔에 은신하고 있었으나 도주로에 있는 CCTV를 통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파악한 경찰에게 6일 만인 지난 16일 오후 9시 45분께 붙잡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는 일반적인 범죄자와 달리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옷 등을 그대로 갖고 있었고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않는 듯 당당하게 범행 과정을 설명하는 등 사이코패스를 연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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