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낙하산이라 걱정했는데 더 센 낙하산이 버티고 있더라”
수정 2013-01-02 00:00
입력 2013-01-02 00:00
公기관장 낙하산 얼마나…2010년이후 靑·부처 출신 300명
2010년 이후 국내 공공기관장이나 고위 임원 중 정치권 인사와 정부 부처 공무원 출신은 300명이 넘는다. ‘정권 말 자기 사람 챙기기’가 도를 넘어선 셈이다.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보를 공개한 287개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상임이사 가운데 청와대 출신 인사는 44명이다. 이 중 40명은 이명박(MB) 정부의 집권 후반기인 2010년 이후 임기를 시작했다.
2010년 이후 선임된 정부 부처 공무원 출신 인사들도 250여명이다. ‘낙하산’의 정의를 ‘전문성보다는 정치권이나 소관 부처 등 출신성분이 우선시돼 공공기관 고위직에 재취업한 인사’라고 한다면 무려 300여명이 여기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5일 “최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면서 “국민과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는 동시에 잘못된 일”이라고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낙하산 의혹을 받고 있는 기존 기관장들에 대한 차기 정부의 ‘조치’가 어느 선까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 정부는 집권 초반에 과거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 기관장들에 대해 대규모 ‘물갈이’를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잔여 임기 등을 고려하지 않아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과 임원 자리는 모두 367개에 이른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겸 정부개혁연구소장은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은 해당기관이 할 수 없는 일을 자신은 해결할 정치적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낙하산 인사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 안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에 쌓은 입지와 경험, 인맥 등을 활용해 해당 기관의 ‘방패막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낙하산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이 있다.
한 정책 부처 관계자는 “현 정부의 경우 대선 과정에 참여했거나 국회나 당에 있었던 사람들을 전부 낙하산으로 분류하니까 낙하산 아닌 사람이 없더라”면서 “(정부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성이 없거나 자격에 미달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낙하산의 역기능이 더 많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기관장 등에 앉게 되면 경영 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의 가장 큰 문제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열심히 일해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박탈감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2013-01-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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