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췌장 이식…당뇨병 치료 가능성 열렸다
수정 2011-10-31 14:15
입력 2011-10-31 00:00
서울의대 박성회 교수…돼지췌장 이식 원숭이 장기생존 확인
연구 성과에 따라 국내에만 350만명에 달하는 당뇨병 환자의 완치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를 응용해 골수이식이나 줄기세포 연구에도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 의대 박성회 교수 연구팀은 돼지 췌도(랑게르한스섬)를 이식한 당뇨병 원숭이가 거부반응 없이 6개월 이상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이 췌도이식 4개월 후 면역억제제 등 모든 약제의 투입을 중단했음에도 이식 이전 400~500㎎/㎗로 높았던 원숭이의 혈당은 부작용 없이 6개월 이상 정상치인 80~90㎎/㎗를 유지했다.
면역억제제 투여 중단 이후에도 이식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은 동종 간의 이식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며 이종(異種)이식에서는 세계 최초의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기존의 장기이식 치료와 달리 다른 바이러스 및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은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과가 나온 데에는 박 교수팀이 개발한 새로운 면역조절항체(MD-3)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실험 자료에 근거해 이 원숭이들이 앞으로 1~2년을 지나 평생 부작용 없이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교수는 “이번 성과는 사람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함으로써 당뇨병을 완치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함을 시사한다”며 “제1형 소아 당뇨병은 물론 일상생활에 큰 장애를 갖는 제2형 성인 당뇨병 환자에게도 희망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새로운 면역조절항체 원천기술이 골수이식이나 줄기세포 치료에서도 새로운 국면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박 교수는 “이 치료법은 사람의 간이나 콩팥 등 다른 장기이식의 부작용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골수 이식도 가능하게 해 의학 발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인의 줄기세포에 대한 면역 거부를 억제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줄기세포를 자유롭게 이식받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이는 현재 줄기세포 치료법 연구 방향의 대전환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췌도는 인간의 췌장 가운데 섬 모양으로 존재하는 내분비선 세포의 집합체로 인슐린 등의 호르몬을 분비해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돼지의 췌도이식만이 소아 및 성인 당뇨병의 유일한 치료법으로 여겨지고 있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의학 및 면역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실험의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지난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된 ‘2011 세포이식학회-세계이종이식학회 합동회의’에서도 혁신적인 연구로 큰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11월 4일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연구진이 참석한 가운데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데이터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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