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찾아준 미화원의 ‘따뜻한 밥 한끼’
수정 2011-04-04 05:53
입력 2011-04-04 00:00
성공회대 총학 ‘식당점심’ 제안…용역업체 흔쾌히 부담
성공회대 환경미화원 박복화(50·여)씨는 지난해까지 새벽에 도시락을 싸 출근했다. 얼마 되지 않는 급여로는 2천500원짜리 학생식당 밥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꽁꽁 싸매도 도시락은 점심 때면 차갑게 식었다. 박씨는 자신이 쓸고 닦은 학교 건물 아무 곳에나 자리를 잡고 찬 밥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했다.
환경미화원의 딱한 처지를 알고 학생들이 나섰다. 지난해 12월 “따뜻한 밥 한 끼를 드립시다”라는 대자보가 교내에 나붙었다.
찬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환경미화원에게 따뜻한 점심을 대접하자는 내용이었다.
성공회대 총학생회장 문정은씨는 4일 “지난해 6월부터 사회과학대학 학생들이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자는 캠페인을 벌였고 10~11월 아주머니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파악해 12월에 대자보를 붙였다”고 말했다.
대자보가 붙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환경미화원들은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성공회대와 청소용역 계약을 체결한 사회적 기업(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인 ‘푸른환경 코리아’에서 미화원의 학생식당 밥값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푸른환경 코리아 김기만 이사는 “학생들이 건전한 문제제기를 했다. 기업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순 없지만 어머니들의 식사 정도는 해결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고작 점심값 정도 더 드린 것으로 어머니들의 어려움을 덜어 드렸다고 말하긴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화원들은 찬 도시락을 먹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찬 도시락을 먹다가 이제 학교 식당에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밥도 참 맛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성공회대는 지난달 공개 입찰을 통해 푸른환경코리아와 재계약하면서 총 용역비를 3억1천만원에서 약 3억4천500만원으로 올렸다. 덕분에 성공회대 환경미화원의 월급 역시 12%가량 늘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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