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가 좋고 공부 부담돼’ 韓청소년의 초상
수정 2011-02-22 05:40
입력 2011-02-22 00:00
◇”어머니쪽 친척과 더 친하고,반려동물도 식구같아“=청소년들은 외가를 가깝게 여기는 ‘모계주의’ 경향을 보이고 정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해 기성세대와 상당한 견해차를 보였다.
22일 공개한 보고서 ‘세대 간 의식구조 비교: 가족과 가정생활에 관한 의식 및 가치관을 중심으로’는 연구원이 전국 중고생 6천979명과 학부모 4천1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어떤 사람을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란 질문(복수응답)에서 중고생들은 이모와 외삼촌,이모부 등 주로 외가 친척을 꼽았다.
직장에 나가는 어머니들이 아이를 친정에 많이 맡기면서,외가 친척과 친해질 기회가 많아져 이런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랫동안 기른 애완동물’은 청소년층에서 57.7%의 답변을 얻어 ‘촌수가 멀지만 가까운 친척(49.9%)’을 제쳤다.반면 학부모 중에서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한 사례가 34.5%에 불과했다.
서울의 8년차 중학교 교사는 ”반려동물을 가정의 일원으로 키워온 문화에서 자란 아이들은 ‘짐승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정(情)을 줄 필요가 없다’는 예전 세대의 생각에 크게 반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개국 중 수면시간은 꼴찌“=우리 청소년들은 외국 청소년보다 공부 스트레스가 큰 반면 잠과 운동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의 다른 보고서 ‘4개국 청소년 건강실태 국제 비교 조사’에서 하루 7시간 이상 잠을 푹 잔다는 답변은 미국 고교생이 46.7%였지만 한국은 16.1%에 불과했다.
수면 시간을 7시간 이상으로 답한 중국과 일본 고교생은 각각 32.8%와 18.2%였다.
최근 일주일 동안 30분 이상 땀 흘려 운동한 적이 전혀 없던 학생은 한국이 전체의 30.5%나 돼 미국(18.1%),일본(14.3%),중국(10.8%)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 한국 청소년 사이에서는 다이어트 ‘열풍’이 일고 있었다.최근 1년 동안 체중 감량을 한 한국고교생의 비율은 전체의 50.8%로 4개국 중 최하위인 일본(26.8%)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한국 여학생의 다이어트 경험률은 67.1%로 중국(48%),일본(46.2%),미국(33.1%)의 또래보다 훨씬 높았다.
보고서는 ”입시위주의 국내 교육환경 때문에 수면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며,다이어트 방법으로 ‘꾸준한 운동’보다 ‘식사량 줄이기’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사회참여 보장해야“=일부 시도 교육청이 추진하는 ‘학생인권 조례’와 관련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청소년 대다수가 사회 참여권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연구원의 ‘청소년 발달권·참여권 기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설문에서 중고생 5천802명 중 약 75.7%가 ‘청소년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참여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했다.
청소년들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생 대표가 발언권을 갖는 경우는 전체의 12.1%에 불과하고,참여는 하되 발언권이 없는 사례(7.1%)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학생회 활동에 교사·교장의 허가가 필요(25.2%)하거나 임원 자격에 성적 제한이 있는 경우도 18.2%나 됐다.학생회 임원을 직선으로 뽑지 않는 사례는 절반 이상(55%)에 달했다.
청소년의 사회참여를 막는 요인(복수응답)으로는 정보부족(75.2%)과 중고생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사회의 편견(63.0%),시간부족(57.5%) 등이 주로 거론됐다.
연구원의 모상현 선임연구원은 ”선진국에서는 민주시민의 미덕이 참여의식에 나온다는 믿음에 따라 자율 활동을 장려하는 ‘참여교육’이 이미 대세가 됐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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