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로또1등 당첨금 지급창구 가보니
수정 2009-11-16 12:34
입력 2009-11-16 12:00
수십억 오가는 칸막이속 1평공간
“복권 취재 때문에 왔습니다.”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5층 복권사업팀. 안내대에 신분증을 맡기고 오기는 했지만 경비가 그다지 삼엄한지는 모르겠다. 1평이 채 안 되는 공간에 칸막이를 쳐 놓은 곳. 상담실이다.
“철저한 보안통제 아래 들어오게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하자 주진하 복권사업팀장은 “별다른 통제 없이 일반 직원이 드나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1등 당첨금이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다 보니 일반인들은 돈을 받을 때 삼엄한 경비가 펼쳐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평범하게 대함으로써 내부 직원들도 당첨자가 다녀갔는지 모르게 한다는 의도다.
사무실 안에는 로또 판독기와 컴퓨터가 연결된 통장 제작기계가 있다. 이곳에서 당첨 여부를 확인한 뒤 곧바로 돈이 통장에 들어간다.
“안전을 위해 당첨금은 전액 통장으로 지급합니다. 그러다 보니 당첨자들은 수십억원을 손에 쥐고도 돈을 받았는지 실감을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한 번에 큰돈이 생기면 관리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아 수령과 동시에 나이에 맞는 재테크 상담도 동시에 해준다. 농협 입장에선 곧바로 VIP고객 한 명을 유치하는 기회기도 하다.
모든 절차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다 보니 당첨자 정보는 돈을 전달하는 팀장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부 당첨자는 즉석에서 “좋은 곳에 써달라.”며 일정액을 내놓기도 한다. 이 돈은 농협에서 직접 복지성금으로 기탁한다. 한때는 전국의 복지단체 등에 알려지면서 자기들쪽에 기부하라는 전화가 폭주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랑의 열매’ 한 곳에만 전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그런 전화는 거의 오지 않는다.
●통장 전달·재테크 상담 ‘원스톱’
“한 번은 노숙자가 1등에 당첨돼 아는 사람과 함께 이곳을 찾았는데 현장에서 그 사람에게 1억원을 주겠다더군요. 하지만 복권 당첨금은 소득신고를 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줄 때에는 최고 50%까지 증여세를 물게 된다고 하니 망설이더군요.”
조작된 당첨번호를 들고 왔다가 가짜로 들통나 곧장 경찰에 붙잡힌 사례도 있었다. 주 팀장은 “로또에 당첨되고 나서 불행해진 사람이 더 많다고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면서 “나이에 따른 올바른 인생 설계를 통해 꿈을 이루는 사람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09-11-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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