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주민들의 ‘특별한 잔치’
수정 2009-09-26 00:54
입력 2009-09-26 00:00
추석 앞두고 나홀로 노인 3명에 팔순 잔칫상
단지 안에 있는 사회복지관이 지난 7월부터 보수공사에 들어가 모일 기회가 없었던 주민들은 처음엔 서먹하게 다가왔지만 이내 잔치떡을 나눠먹으며 한마음이 됐다.
삼삼오오 모여든 4단지 주민들은 강 할머니가 60여년간 보관해온 재봉틀과 현 할머니가 50년 동안 아껴온 작은 장롱 등을 신기한 듯 만져봤다. 김 할머니가 내놓은 남편과의 연애편지, ‘소화(小和) 16년 음력 7월26일’이라는 글씨가 찍힌 결혼 청첩장, 어머니 유언장이 담긴 액자는 평생의 이력이었다.
주민 강은정(52·여)씨는 “70년된 청첩장이면 내 나이보다 많다.”면서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이웃들과 이렇게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좋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사회적 기업인 공공미술 프리즘이 기획하고 일산 거주 어린이 기자단 4명이 도왔다. 어린이 기자단은 지난달부터 할머니들 댁을 방문해 인터뷰를 한 뒤 80여년의 삶을 기록하고 전시될 물품도 수집했다.
내년이면 아흔이 되는 김 할머니는 “흰돌마을이 들어선 1995년 입주했으니 ‘403동 1009호 할머니는 터줏대감’이라는 소릴 듣는다.”고 한다.
402동 1403호 주민인 강 할머니는 “동생 셋을 공부시키느라 17살부터 바느질을 시작해 76살까지 계속했다.”면서 “결혼도 안하고 혈혈단신인 내게 재봉틀은 남편이고 자식이다.”고 돌아봤다. 현 할머니는 “평소 아이들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찾아와 말벗이 돼 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어린이 기자단의 변진휘(13) 학생은 직접 낭독한 축하편지를 통해 “이번 기회에 할머니들의 앞서간 삶을 느꼈다.”면서 “앞으로 할머니들을 자주 찾아뵙고 손자처럼 대해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09-09-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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