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소외노동계층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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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6-08 00:48
입력 2009-06-08 00:00

1년이상 근무계약 상용직 1.7%… 불경기 탓 비용절감 수단 전락

■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경기 침체로 50만명에 달하는 ‘프리랜서(freelancer·일정한 소속 없이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사람)’가 신(新) 소외 노동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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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는 특수고용직 근로자처럼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로 여건을 갖고 있는 특수고용직과 달리 프리랜서는 IT(정보기술)·예술·문화산업 분야의 창조적 업무 종사자로, 고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저숙련 프리랜서’는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로 여건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기초적인 사회보장마저 받지 못한 채 사회적 관심에서도 벗어나 있다.

7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프리랜서 고용관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랜서는 47만 9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6%에 이른다. 이 가운데 44만 9000명(93.8%)은 비임금근로자다. 1년 이상 근무 계약을 한 상용직은 1.7%뿐이다.

●47만여명… 93%가 비임금근로자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랜서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 영향이 크다. 영화산업의 경우 1인 제작사가 많아지면서 PD, 조명감독 등 영화 제작 인원은 프리랜서로 대체한다. 또 기업의 경영상황 악화로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서 스스로 프리랜서로 나서기도 한다.

프리랜서가 늘면서 기업들은 이들을 비용 절감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웹디자이너 배모(28·여)씨는 “3개월 뒤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프리랜서로 입사했는데, 1년이 지나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추가 대금 못 받는 경우 비일비재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용주가 계약서상 계약을 위반해도 일을 따내기 위해 참아야 한다. 과도한 연장 근무에도 초과 근무 수당 등은 상상할 수 없다. 영화 PD 이모(37)씨는 “회사가 1년간 급여를 주지 않아 프리랜서로 나섰다.”면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계약서 상에는 4개월 일하기로 했는데 8개월 일하고 추가 대금을 못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고(高)숙련·저(低)숙련 프리랜서 사이 학력 및 임금 양극화도 심하다.

황준욱 연구위원은 “사회적으로 프리랜서를 노동계층으로 인식하는 한편 고숙련 프리랜서를 위해 법 체계에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 외에 제3영역을 둬 고용주와 프리랜서 간 계약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9-06-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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