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박판 ‘위험한 진화’
수정 2009-01-08 01:08
입력 2009-01-08 00:00
경기불황을 틈타 인터넷 도박 사이트의 ‘고객유치전’이 치열해지면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고액 공짜 쿠폰으로 사용자들을 꾀는가 하면 도박에서 이겨도 오히려 수사기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10% 덤” 고액충전 유도
7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경기불황에 인터넷 도박사이트 등 불법사행행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단속이 겹치면서 도박 사이트들 사이의 경쟁도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흔히 유인책으로 쓰이던 ‘공짜쿠폰’도 예전에는 5만~10만원 정도 선이었지만, 최근 금액이 1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 쿠폰은 온라인상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추가로 돈을 따기라도 하면 현금으로 곧바로 환전받을 수 있다. 때문에 공짜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빠져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액 이상의 도박자금을 모두 판돈으로 걸면 잃은 돈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겠다고 ‘조건부 올인’을 유도하거나 고액 충전을 하면 그 금액의 5~10%를 더 준다고 꼬드기는 사이트들도 많다.
일부 사이트는 해커를 고용해 경쟁사이트를 직접 공격, 게임 도중 패가 넘어가지 않게 하거나 일시적으로 환전이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단순히 사용자들을 도박판으로 끌어들이는 것뿐 아니라 돈을 땄는데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도박 조직 역시 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타짜’도 하룻밤에 1000만원 날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가 지난해 적발한 도박자금 5000여억원대 인터넷 바카라 조직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도박을 하다 입건된 사용자 가운데 2명은 1억원 이상씩 돈을 땄지만 운영자가 “해킹해서 이긴 것 아니냐. 수사기관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부족으로 현금을 지급하기 힘들어진 조직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사용자가 이기면 조직에서 돈을 줘야 하는 바카라보다는 사용자들끼리 게임을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에 돈을 지급하고 조직은 딜러비 명목의 수수료만 챙기면 되는 포커나 바둑이 쪽으로 돌아서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도박에서 돈을 딸 확률은 0.01%도 되지 않으니 일확천금의 꿈은 버리라고 잘라 말한다.
지난해 충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검거한 1조원대 인터넷도박 조직에서 활동하다 구속된 A씨는 포커판에서 이름난 ‘타짜’였다. 하지만 인터넷 포커를 했다가 하룻밤에 1000여만원, 불과 몇 차례만에 수천만원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후 온라인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충북경찰청 이장표 경위는 “보통 조직에서 한 번에 7~12%의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따면 그 기분을 잊지 못하고 빠져드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아예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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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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