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기업도…국민도…손기정, 그를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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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희 기자
수정 2006-08-05 00:00
입력 2006-08-05 00:00
마라톤 영웅 손기정(1912∼2002) 선생이 일장기가 아닌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1936년 8월9일의 영광을 재현하는 일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선생의 베를린 올림픽 제패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독일에서 동시에 열릴 예정이던 기념행사가 자금난으로 국내에서만 소규모로 치러지게 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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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기념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손기정선생의 외손자 이준승씨.
‘손기정 기념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손기정선생의 외손자 이준승씨.
당초 손기정기념재단은 선생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지 정확히 70주년이 되는 9일 베를린(올림픽 스타디움)과 서울(잠실 올림픽경기장)에 선생의 동상을 세우고 다양한 행사를 가지려 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가 지원을 거부하고 기업체들도 난색을 표하면서 베를린 행사는 취소되고 서울 행사만 조촐하게 치러지게 됐다.

지난해 6월 서양화가 강형구(52)씨가 이사장을, 선생의 외손자인 이준승(40)씨가 사무총장을 맡아 출범한 손기정기념재단은 골인 당시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어 두 나라 경기장에 세우는 것을 70주년 핵심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베를린 메인스타디움측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었다.

베를린에서 평화음악회를 열고 서울에서 회고전을 열어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행사도 기획했다.

이 사무총장은 “손기정이란 인물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일제시대 수난을 잊지 않도록 각오를 다져주고 외국인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민간 모두 자금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재단측은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과 예산 확보 방안을 논의했지만 흐지부지됐고 올 5월에는 문화관광부에 직접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기업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독일 월드컵 행사 때문에 자금지원의 여력이 없다고들 했다.

일부에서 “월드컵 행사의 일환으로 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재단측은 “전혀 성격이 다른 행사인 월드컵에 편승해 진행하고 싶지는 않다.”며 거절했다.

도움의 손길을 뻗은 곳은 서울시였다. 시는 긴급예산을 편성해 5800만원을 지원했다. 이를 바탕으로 9∼12일 서울광장에서 높이 2.5m 규모의 동상을 공개하고 기념식를 갖는다. 동상은 이후 잠실 올림픽경기장 ‘스타의 길’ 시작점에 세워진다.



이 사무총장은 “손기정이란 인물이 빠르게 잊혀져 올해가 베를린 쾌거 70주년이라는 사실은커녕 청소년 중 상당수는 아예 손기정이 누구인지도 모를 지경”이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손기정 선생의 금메달을 기리는 일은 개인의 일이지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글 사진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2006-08-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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