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우태조씨, 안과의사 아들 따라 의료봉사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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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3-31 00:00
입력 2006-03-31 00:00
“40년 만에 월남(베트남) 땅을 다시 밟네요.”

우태조(62)씨는 주말인 1일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른다. 개발도상국을 돌며 무료 안과치료를 해 주는 ‘비전 케어 서비스’ 봉사팀의 일원이다. 아들·손자 등 우씨 가족 5명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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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이맘때 그는 베트남 전쟁터에 있었다.1965년 제주도에서 해군으로 복무하던 중 갑자기 차출돼 죽어 돌아올지도 모르는 전쟁터로 나섰다. 이듬해 무사 귀환할 때까지 우씨는 서로에게 쏘아대는 포화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낮이면 지루한 전쟁 속에 삶과 죽음에 무덤덤해진 베트남인들과 함께 살았다.

귀국해 그렇게 산 1년을 잊으려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기억 한편의 베트남이 갈수록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헐벗고 굶주려 있던 그들의 얼굴과 표정들, 집에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반복되는 공포….“베트남 전쟁이 그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였지만 우리에게는 경제를 살리는 방편이었죠. 그게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뭔가 하고 싶었다. 마침 비전케어 회원으로 매년 해외봉사를 나가는 아들 진호(35·안과의사)씨가 올해에는 베트남으로 간다고 했다.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아들을 따라 나섰다.8박9일(4월1∼9일) 동안 전액 자비로 활동하게 될 봉사팀 14명(의사 2명, 간호사 3명, 비의료진 9명) 중 6명이 우씨 가족이다.

이번에 가는 롱하이 지역은 참전 때에도 여러 번 가봤던 곳이다. 기억 속 그곳은 모든 것이 열악하고 특히 의료혜택은 거의 전무한 곳이다. 직접 병을 고치지는 못하지만 가서 무엇이든 도움을 주고 오고 싶다. 기억 속의 40년 전 롱하이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20대 건장한 청년시절 자기 모습의 편린들을 약간이라도 되찾아 보고 싶은, 약간은 낭만적인 기대감도 없지는 않다.

평균 39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60대의 몸으로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그의 얼굴에는 설렘과 자신감이 넘친다.“아직은 건강은 걱정 없습니다. 이번 활동을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다양한 봉사에 나설 생각입니다.”



글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2006-03-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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