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씨 도청테이프 10여일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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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섭 기자
수정 2005-08-23 00:00
입력 2005-08-23 00:00
안기부와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전 국정원장 천용택씨는 23일, 불법 도청조직 미림팀 재건에 연루된 전 안기부 1차장 오정소씨는 24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또 오씨 외에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장과 차장을 지낸 인사들도 이번 주중 조사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차장급이 우선 소환대상이며,2∼3명은 이번 주에 조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림팀이 활동했을 당시 안기부장은 김덕·권영해씨, 차장은 오정소·박일룡씨다.

검찰은 천씨가 1999년 12월 전 국정원 감찰실장 이건모씨를 통해 미림팀장 공운영(58·구속)씨로부터 회수한 도청테이프와 녹취록을 넘겨받아 10여일간 은밀히 보관하다 폐기한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은 천씨가 도청테이프 등을 보관하면서 복사를 했거나 불법도청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자체개발한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이용, 법원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도청해온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다.

통신보호비밀법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고등법원 수석 부장판사의 허가(영장)나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감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압수한 국정원의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 사용신청 목록에는 일반 감청영장은 물론 고법 판사의 허가나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흔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정원은 간첩사건 등에 대해서는 자체 수사권이 있어 검찰을 통해 영장을 발부받아 합법적으로 감청할 수 있지만 산업스파이나 마약범죄 등 수사권이 없는 일반범죄는 감청영장 신청조차 할 수 없어 해당 범죄자들은 물론 국내 주요인사들에 대한 휴대전화 또는 유선전화 감청 대부분이 불법일 개연성이 크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대중 정부 때 국정원에서 감청을 담당했던 전ㆍ현직 직원들을 이번 주부터 불러 휴대전화 및 유선전화 감청 실태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23일 공씨를 공갈미수 및 국정원직원법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검찰은 법률검토를 거쳐 불법도청으로 알게 된 정보도 누설되지 말아야 할 ‘비밀’에 해당한다고 사실상 결론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1999년 12월 삼성그룹 관련 도청테이프 내용을 누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천씨에게도 국정원직원법이 적용될지 주목된다. 국정원직원법상 비밀누설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5-08-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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