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믿었는데” 눈물삼킨 지원자
수정 2005-01-26 07:24
입력 2005-01-26 00:00
지난해 기아차 광주공장에 두번이나 응시했다가 탈락한 문모(25·광주시 북구 삼각동)씨는 최근 터져나온 이 회사의 채용비리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연줄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지만 이처럼 조직적인 비리사슬에 얽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광주에서 공고를 졸업한 그는 2003년 군 제대 후 이듬해 5월 기아차 공채에 원서를 냈다. 생산 계약직이었지만 고교시절부터 선망했던 기업이라 ‘기대’도 컸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부푼 꿈을 안고 기다렸으나 회사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던 것.
이어 실시된 7월 공채에도 똑같은 지원서를 냈다. 고교 때 따놓은 ‘전자기기자격증’도 첨부했다. 그러나 결과는 1차 때와 같았다.
같은 해 10월 실시된 입사 시험 때도 지원서를 들고 광주공장 앞에서 긴 줄을 섰다. 그러나 접수창구 직원은 “전번에 지원서를 낸 응시자는 서류가 사내에 보관돼 있으니 그냥 돌아갈 것”을 권고했다.
문씨는 ‘틀렸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며 쓰디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요즘 집에서 놀고 있는 문씨가 자신이 탈락한 이유를 안 것은 최근 노조간부의 ‘채용장사’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군대를 마쳤고, 자격증도 있으며, 신체 건강한 자신이 평소 희망하던 회사에 들어갈 수 없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399명의 부적격자가 합격했고 일부는 군미필자도 있었다.’는 언론 보도에 그는 경악했다.
그는 “돈을 받고 노조나 유력인사들의 청탁으로 사원을 뽑으려면 왜 우리 같은 사람을 들러리로 세웠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에선 공정한 경쟁 룰이 지켜져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사회에선 정 반대로 행동해야 할까요.”
그의 얼굴엔 절망의 빛이 더해갔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2005-01-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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