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제력 족쇄되느냐” 헌재 재판관도 진지한 질문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4-12-10 07:37
입력 2004-12-10 00:00
“호주제는 평등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봉건적·구시대적 제도다.” “건전한 가족육성과 계승을 위한 전통적 관습이다.”

호주제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열띤 공방이 9일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졌다. 호주제의 위헌 여부를 가릴 마지막 5차 공개변론이 열린 이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직접 질문을 하기도 하는 등 진지한 태도로 참고인의 설명을 경청했다.

변론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부터 남성 중심의 사회로 변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인류의 역사를 20만년으로 보면 농경사회는 1만년 전에 시작돼, 인류 역사의 95%는 남성위주의 사회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중섭, 피카소의 그림과 임신 당시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한 미국 여배우 데미 무어의 사진 등을 참고자료로 들며 “여성이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게 되면 남성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호주제가 폐지되면 부계 중심의 중압감에서 남성이 해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일 재판관은 최 교수의 설명을 들은 뒤 “미토콘드리아의 발견과 호주제의 상관 관계는 없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권성 재판관은 “수렵생활로 진화하면서 남성 중심이 된 것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냐.”면서 “호주제가 여성이 경제적 힘을 기르는 데 족쇄가 되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최후 변론에서 “평등하고 건전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의 대리인으로 나온 구상진 변호사는 최 교수에게 “법률적 내용은 모르지 않느냐.”고 물은 뒤 “생물의 수정과 번식에는 정자로부터 전달되는 중심소체가 필수적”이라고 반박했다.

구 변호사는 이어 “동물들의 세계를 기준으로 인간 사회의 제도를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호주제는 건전한 가족제도의 보호육성이라는 헌법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4-12-10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