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지하철’ 성추행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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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11-17 06:47
입력 2004-11-17 00:00
“승객들이 다 보게 더듬어야만 성추행이냐.”“그럼 흔들리는 만원지하철에서 몇번 부딪친 게 성추행이냐.”

일선 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네티즌들 사이에 성추행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한 여성이 성추행을 당하고도 경찰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호소한 데 대해 상대 남성이 억울하다고 반박하면서 논쟁은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이모(32)씨는 기분나쁘게 쳐다본다며 여성승객 이모(27)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강남경찰서가 가해자 이씨를 폭력 혐의로 입건하자 피해자 이씨는 사건의 발단은 성추행이었는데, 경찰이 단순폭행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원회 게시판에 올렸다.

피해자 이씨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몸을 붙이며 성추행을 했으며 불쾌한 마음에 열차에서 내릴 때 쳐다봤더니 따라 내려 보복성 폭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지하철 안에서 옷을 벗기고 만져야 성추행이냐.”고 반문했다.

이 글이 알려지자 경찰서 게시판에는 사실확인과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수십건의 글이 잇따랐다.

강남서 청문감사관실은 “당시 경찰은 성폭력과 상해 혐의로 구속지휘를 건의했으나 검찰이 ‘초범인 데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고 해명했다.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그럼에도 “담당 경관에게는 법률지식이 부족한 피해자에게 설명을 충분히 해주지 못한 잘못을 물어 경고조치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피의자 이씨쪽에서 성추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글을 올렸다. 이씨의 부인이라는 작성자는 “월요일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어쩔 수 없이 몸이 부딪친 것”이라면서 “지하철에서 밀고 밀리는 정도로 성추행범으로 몰린다면 남자들은 지하철을 타지 말라는 소리냐.”고 옹호했다.

네티즌의 논쟁도 2라운드에 접어들어 ‘조인석’씨는 “‘지옥철’에서 여자가 밀면 괜찮고 남자가 밀면 성추행이냐.”는 글을 올렸다. 반면 ‘우윤식’씨는 “아무리 붐비는 지하철이라도 의도를 가진 추행인지 아닌지 분간 못할 바보는 없다.”고 일축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4-11-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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