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민권자라도 군대 가야”
수정 2004-02-06 00:00
입력 2004-02-06 00:00
이번 판결은 부유층 등에서 유학 중 출산,원정 출산 등으로 이중국적 보유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이중국적자의 병역의무에 관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한경현)는 미국에서 출생,이중국적을 가진 박모(28)씨가 “미국 영주권을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난 시민권자이기에 징병검사를 연기하고 출국정지를 풀어달라.”며 서울지방병무청장과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미국에 체류하려면 국외여행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미국에서 출생해 시민권을 획득했고,아버지가 국내에서 사업을 경영하는 덕분에 미국에서 11년 동안 교육을 받았다.”면서 “부모가 미국 영주권이 있어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버지가 우리 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병역면제와 국외여행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결혼을 앞두고 있고 미국에 직장이 있으며 현재 28세여서,병역면제 연령인 만 35세까지 7년 동안 국내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병무청의 출국정지 처분을 취소해 미국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했다.그러나 병무청은 “미국 여권으로 국내에 드나든 적이 있어 국외여행 허가를 내주기 힘들 것”이라고 밝혀,박씨는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전 출국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D화학공업 창업주인 박모(61)씨는 지난 1975년 5월 미국 유학 도중 아들을 낳았다.이듬해인 76년 학위를 받은 박씨는 미국 영주권을 갖고 아들과 함께 귀국했다.아들은 중3까지 국내에서 공부한 뒤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뒤 아들 박씨는 미국에서 취업했지만 어느 한쪽 국적도 포기하지 않아 이중국적자가 됐다.
그러나 박씨는 이중국적자의 경우 병역을 면제받으려면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18세가 되어서도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 징병검사 통지를 받았다.또 병역미필자가 해외 체류 때 받아야 하는 국외여행허가도 받지 않았다.
반면 미국 여권으로 91∼2002년 한 해 서너차례씩 국내에 드나들었다.병무청은 박씨의 출입국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지난해 2월 신원을 파악,출국정지시켰다.결혼 준비를 위해 그해 4월 입국한 박씨는 신검을 한차례 받았으며,재심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외국에 거주하는 가족과 함께 영주권을 받은 영주권자는 병역면제나 국외여행 허가를 받을 수 있다.그러나 이 경우도 영주할 목적으로 귀국하거나 1년 이상 국내에 머무르면 병역면제가 취소된다.
정은주기자 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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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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