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이날 “오늘 중 차질없이 (필리버스터를) 끝낼 수 있도록 하라”며 상황을 꼼꼼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동안 필리버스터 중단 시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공개석상에서는 “원내 소관이라 내가 말할 게 아니다”라고 말을 아껴왔지만, 선거구획정안 처리가 자칫 차질을 빚을 상황에 처하자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셈이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대의 권한을 존중하면서도 그 권한의 가이드라인도 명확히 전달하는 스타일”이라며 “잘못하면 독선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특유의 치밀함과 카리스마로 분위기 조성과 사전 정지작업에 나서며 장악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난 1월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원톱이 아니었으면 오지도 않았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당내에서는 그의 ‘원톱 리더십’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달여 흐르는 지금, 김 대표는 명실상부한 ‘김종인 천하’를 구가하고 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던 강경파들도 물갈이의 파고 속에서 이전에 비해서는 몸을 낮추고 있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당이 김종인 체제 들어 모처럼 일사불란한 모습도 연출됐다.
‘20% 컷오프’ 및 강기정 의원에 대한 공천배제 후폭풍으로 지난달 26일 의원총회에서 숨죽이던 범주류가 강력 반발하긴 했지만, 김 대표는 전날 당무위에서 큰 논란이 표면화되지 않은 채 공천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는데 성공했다. ‘옥새’를 손안에 넣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 셈이다.
문재인 전 대표도 공천혁신안 손질에 대해 “필요한 일”이라며 김 전 대표의 물갈이 드라이브에 일단 제동을 걸지는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김종인표 인적쇄신’의 향배에 따라 긴장은 언제든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지난달 28일 비대위원장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추상적 가치에 대해선 단호히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당 정체성에 대한 일부 수정 입장을 재확인한 가운데 거침없는 그의 ‘입’도 자칫 내부 긴장관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