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노래 작곡자 ‘박정희’에게 저작권료 7만6000원 보냈더니…
수정 2014-02-06 10:00
입력 2014-02-06 00:00
그로부터 며칠 뒤, 저작권협회 사무실로 당시 치안본부 특수수사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사무실 직원들을 모두 연행해 대통령에게 저지른 불경죄의 배경을 추궁했다. 다행히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모두 풀려났고, 보낸 돈도 되돌려 받았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시대에 ‘지존’에게 푼돈을 보낸 무례함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었다.
이런 사연이 담긴 책 ‘한국음악저작권협회 50년사’(김주명 저)가 초판 인쇄를 끝내고 10일 공식 발간된다. 협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간의 협회 궤적을 이 책에 담았다. 책에 따르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따로 저작권 신탁을 하지 않았지만 대상이 대상인지라 협회는 처리를 두고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사회를 소집해 내린 결론은 ‘회원은 아니지만 저작권 인식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저작권료를)보내자’는 것이었다. 상대가 대통령이니 비록 비회원이라도 ‘알아서 챙긴’ 것이다. 협회 측은 “당사자 사후 70년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가족이 마음만 먹으면 저작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1996년 작곡가 박시춘이 타계한 뒤 유족들이 “저작권 상속세가 너무 가혹하다”고 나서 음악계의 관심을 모았다. 세무 당국이 ‘히트곡 메이커’로 통했던 박시춘의 유족에게 거액의 상속세를 부과해 빚어진 일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전국의 작사·작곡가들이 저작권에 대한 상속세 책정 근거를 완화해 달라는 진정서를 낸 끝에 1999년에 실제로 과세 기준이 ‘사후 20년’으로 완화되기도 했다. 이 일에는 김종필씨가 개입했다. 작사가 김지평씨는 “당시 JP가 막후에서 애를 써준 덕분에 세금을 덜게 돼 많은 음악인들이 이를 고마워 했다”고 전했다.
책에는 노래방 반주기의 원조 격인 ‘4트랙 카트리지’에 대한 기록도 보인다. 한 대에 네 곡이 실리는 4트랙 카트리지가 1980년대 초반에 전국의 유흥주점으로 퍼져나갔는데, 5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네 곡 중에서 한 곡을 골라 부를 수 있는 장치였다. 이런 사례를 포함해 책에는 노래, 특히 대중가요와 관련된 많은 일화가 담겨있다. 한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노래이듯 책에 실린 많은 뒷얘기는 흑백사진처럼 그 시대의 명암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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