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 사망 81주년’ 장제스 헌시 공개
수정 2013-12-18 08:16
입력 2013-12-18 00:00
“살고 죽는 것을 알고 바른 기운을 세상에 남겨”

연합뉴스
매헌 윤봉길(1908∼1932) 의사 순국 81주년(19일)을 맞아 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이 1960년대 말 윤 의사를 기리며 쓴 헌시가 공개됐다.
윤 의사의 조카이자 매헌연구원 연구위원인 윤주(66) 매헌기념관 관장은 장 전 총통이 1969년 곽상훈 당시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 회장에게 보낸 추모글을 18일 연합뉴스에 공개했다.윤 의사는 24살이던 1932년 4월 29일 일본의 전승행사가 열리던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虹口公園)에 폭탄을 던져 일본군총사령관 시라가와 등 군 수뇌부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윤 의사는 군법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일본으로 이송돼 같은해 12월 19일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의거 당시 중국의 지도자이던 장 총통이 윤 의사의 폭탄 투척 의거 소식을 전해 듣고 “중국의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탄복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가 직접 쓴 시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 시는 ‘別順逆(별순역) 辨是非(변시비) 明大義(명대의) 知生死(지생사) 留正氣(유정기) 在天地之間(재천지지간) 取義成仁(취의성인) 永垂不朽(영수불후)’라는 28자로, ‘중화민국 57년 3월 27일 장중정(장 총통의 본명)’이라는 글과 함께 직인이 찍혀 있다.
윤 관장에 따르면 이 글은 당시 윤봉길 전집을 준비하던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가 장 총통에게 전집에 들어갈 글을 부탁해 받은 것으로, 동봉된 총통부 비서장의 편지에는 장 총통이 윤 의사를 위해 쓴 시를 곽 회장에게 보낸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을 지낸 김상기 충남대 교수는 “해방 이후 20여 년이 흐른 뒤인 데도 윤 의사의 활동과 사상을 잊지 않고 최고 수준으로 높게 평가했다”이라며 “윤 의사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뜻을 담아 정성스레 쓴 글”이라고 분석했다.
장 총통은 윤 의사의 의거 이후 중국 군관학교에 한국인 장교 훈련반을 개설해주는 등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왔다. 1966년에는 윤 의사의 동생 윤남의 선생과 아들 윤종을 초청해 국빈으로 예우하기도 했다.
윤 관장은 이와 함께 1946년 6월 윤봉길·백정기·이봉창 의사의 유골함이 서울역에 도착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윤남의 선생에게 쓴 ‘義同日月’(의롭기가 하늘의 달과 같다)이라는 휘호도 공개했다.
특히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삼의사가 해방 이후 동료, 가족의 품에 안겨 함께 고국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담은 사진은 독립을 위한 선조의 열망과 아픔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평가다.
윤 관장은 이러한 자료들을 공개하게 된 것에 대해 “윤 의사는 19살의 나이로 고향에 야학과 독서회를 조직하고 ‘농민독본’을 편찬하는 등 인문학자이자 시민활동가였다”며 “그가 의사이기 이전에 작게는 ‘조국 독립’, 크게는 ‘아시아 평화’를 꿈꾸던 한 청년이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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