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먼저 화해의 손
수정 2010-02-13 00:00
입력 2010-02-13 00:00
강도논쟁 하루만에 급반전
여·여(與·與) 갈등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분당’ 얘기까지 나오며 극한상황으로 치닫는가 싶더니 서둘러 ‘봉합’이 이뤄지는 형국이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진정되는 모습이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맹공을 퍼붓던 청와대가 12일엔 조기 수습 쪽으로 돌아섰다. 이번엔 ‘강도론’을 처음 꺼냈던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발언파문’으로 인한 갈등을, 대규모 민심(民心)이 이동하는 설 연휴가 오기 전에 마무리짓고 가자는 뜻을 당 안팎에 전달했다. 당내 갈등 확산을 조기에 막으려는 것은 여권 내부 갈등이 길어져 봤자 국민에게는 똑같이 소모적인 계파 간 ‘정쟁’으로 비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다만 이번 갈등이 박 전 대표가 발언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일임을 분명히 해 뒀다.
이 대통령은 당내 화합을 강조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박 전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도 언급했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일점, 일획도 바꿀수 없다는데 어떻게 대화를 하느냐.”(이동관 홍보수석)는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그러나 회동 가능성과 관련,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이었으며, 현재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이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내 갈등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밝힌 것과는 별도로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당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점은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한나라당은 원안에서 수정안으로 당론을 바꾸는 절차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당 지도부가 3월에 ‘끝장토론’을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는 당내에서 실질적인 토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친이·친박 간 이견으로 갈등 구도만 깊어지면서 결국 세종시 문제가 ‘장기표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당 쪽에 당론 변경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기류는 친이계를 결속시키는 것은 물론 계파색이 옅은 ‘중간지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민주적인 방법’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표결’로 당론을 변경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론이 정해지면 개인 생각이 달라도 따라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표결로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된 이후의 반발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10-02-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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