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탈레반 직접 협상 착수] 가족들,적극행동으로 타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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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수정 2007-08-04 00:00
입력 2007-08-04 00:00
피랍자 가족들은 3일 21명의 피랍자 석방을 해외 언론에 호소하기 위해 파키스탄을 방문하기로 하고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파키스탄 방문을 추진하는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정부의 석방 교섭에서 ‘가족들의 적극적인 행동과 눈물’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잇따라 피살되자 정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가족 스스로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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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가족들은 미국과 아프간 방문을 추진했으나 아프간은 치안 문제를 담보할 수 없어 힘들고, 미국을 압박할 경우 군사작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취소했다.

피랍자들에게 자문을 한 고려대 국제관계학과의 한 교수는 “미국은 법적으로 테러리스트와 거래를 안 하기 때문에 아무리 압박하더라도 돌아설리 만무하고, 압박하면 할수록 군사작전 가능성만 높아진다.”며 가족들의 미국행을 만류했다. 이로 인해 피랍자 가족들은 파키스탄 방문으로 선회, 이슬람 문화권에 가서 해외 언론과 탈레반에게 피랍자 석방을 호소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가족들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사태 장기화에 따른 초조함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가족들이 대한민국과 자신을 동일시하던 초기 시각에서 벗어나 가족들만 당사자이고, 정부와 국민들을 관망자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병원에서 불치병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를 믿고 받아들이는 대신 민간요법 등 다른 대안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역시 “결론이 같게 나더라도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했다면 가족들이 느끼게 되는 죄책감의 강도는 훨씬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동 및 국제정치학 전문가들은 가족들의 파키스탄행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클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파키스탄 전문가인 외국어대 이란어과 신규섭 교수는 “탈레반이 지배하고 있는 남아프간의 경우 파슈툰족이 많은 파키스탄이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다민족 국가로 내부적인 상황이 복잡한 파키스탄이 아프간 탈레반에 특정 행동을 요구한다면 다른 민족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탈레반이 많고 치안이 좋지 않은 만큼 제2의 피랍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면서 “200여명 규모인 한인회와 공조하는 것이 민간의 위치에서 눈물에 호소한다는 가족들의 전략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병옥 중동문제연구소장 역시 “파키스탄이 사태를 해결할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기 힘든 상황에서 가족들이 누구를 접촉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면서 “정치적인 집단인 탈레반의 특성을 고려해 그들의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키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건형 이은주기자 kitsch@seoul.co.kr
2007-08-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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