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배급 파워게임 영화산업 빅뱅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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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 기자
수정 2006-01-27 00:00
입력 2006-01-27 00:00

스크린쿼터 7월부터 73일로 절반 축소

정부가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르기 위해 미국측 요구를 전면 수용,146일인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 쿼터)를 절반인 73일로 축소하기로 했다. 새 스크린쿼터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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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의 안성기 공동위원장이 26일 서울 남산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고 있다.
한·미 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의 안성기 공동위원장이 26일 서울 남산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영화계는 정부 결정의 철회를 요구하며 노무현 대통령 면담과 관계부처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장외투쟁을 예고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정부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문화관광부는 국내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영화진흥기금을 별도로 만들고, 국내 영화산업에도 수천억원의 보조금을 새로 지원하는 내용의 대책을 27일 발표한다.

한 부총리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및 각국과의 FTA 협상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게 국익에 부합된다.”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무역자유화 과정에서 불거진 스크린 쿼터 제도의 변화를 재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미투자협정(BIT)과 FTA 협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스크린 쿼터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한·미간 FTA 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다음달 2일 공청회를 연 뒤 FTA 협정을 위한 협상 개시가 선언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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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계 일각에서는 “한국영화의 제작 분위기가 급격히 위축돼 길어도 5년 내에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화인들이 쿼터 축소 불가론을 펴는 가장 큰 이유는 할리우드의 물량공세가 본격화되면 극장가의 배급질서가 일시에 무너지고 만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턱없이 적은 국산영화 개봉 편수로는 공정한 게임을 할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현진씨네마 이순열 대표는 “국산 대작 몇편만 걸어도 한해 73일 의무상영일을 채우는 건 어렵지 않다.”라며 “문제는 미국 직배사들의 막강 파워게임에 밀려 국내 메이저 배급사들이 중소규모의 국내 영화들을 돌아볼 겨를이 없을 거라는 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상영된 미국영화는 120편(직배영화 66편), 한국영화는 87편. 한국영화의 선전으로 한국영화와 미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55% 대 38.8%였지만, 이 비율이 역전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연간 600∼700편의 상업영화를 쏟아내는 할리우드가, 직배사를 통해 다음번 흥행대작을 안주겠다고 협박하면 한국영화 간판을 걸어둘 국내 배급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이상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기대할 수 없을 거라는 지적도 많다. 한 제작자는 “할리우드의 콘텐츠 공세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멀티플렉스를 가진 메이저 배급사들은 제작사들을 무차별 흡수할 것이고, 제작사들도 상영기회를 확보하려 메이저 배급사의 우산을 쓰려 들 것”이라면서 “상업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색깔있는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영화 관람객 수는 1억 4151만명이며 국내에서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59.1%를 기록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최근 수년간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어섰고 대부분의 흥행작이 한국영화였다는 사실에서 비롯됐으리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흥행작 1∼3위 모두가 한국영화였던 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거란 풀이도 많다.

백문일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6-01-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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